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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9. 2020

잡문16

[사랑은...]


사랑은 다가섬이다.

사랑은 바짝 다가섬이다.

사랑은 쪼물락 거림이다.

사랑은 설왕설래다.

사랑은 부둥켜안음이다.

사랑은 맨몸의 밀착이다.

사랑은 몸의 섞음이다.


사랑은 이 모든 것을 하면서도

더욱더 가까워지고 싶은 안타까움이다.


그리고

사랑은 

이 모든 것이 

'부대낌'으로 느껴질 때

나눌 수 있는 

부드러운 미소와 그윽한 눈길이다.


[사랑은...]


사랑은

미치는 것이다.


그리고

제정신으로 돌아오며

미쳤던 때를 아름답게 간직하는 것이다.


눈사람을 만들려면

처음에 무게감 있는 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대충 이리저리 굴려도

그 무게감에 의해 눈들이 쩍쩍 달라붙어

큰 눈덩이가 되어 간다.


교육은 각자 자신의 핵을 만드는 데까지만 하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핵을 만들어주지는 않고,

12년 동안 온갖 지식을 주입하여

완성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려고만 한다.


스스로 구르면서 눈을 뭉치게 하는 방법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주야장천 눈을 퍼 와서 덧씌우게 만든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경우

그 내용의 반 이상은 자기 정당화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볼썽사납게 만들어 놓은 상대방의 모습 중

반 이상은 자기 자신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려면 상대방을 비판/비난하는 것과

동일한 양과 질로 자기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그리나 아무리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 가지고

읊조려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자존감과 자기 보호본능은 너무 크기 때문에

웬만한 성찰로 극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딱 하나만은 꼭 기억해야 한다.

내가 비판/비난하는 상대방의 모습은

상당 부분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임을.


(2016년 어느 날)


젊어서 화염병 좀 들어봤다며

뒷짐 지고 평론하는 사람 비난하지 마십시오.

어쨌든 그분들의 피와 땀에 빚지고 있으니까요.


컴퓨터 앞에서 자판 두드리는

입만 살아 있어 보이는 사람 비난하지 마십시오.

그분들의 날카로운 매스가 필요할 때도 많이 있으니까요.


적보다 우리 내부를 향해 

더 자주 칼끝을 들이미는 사람 비난하지 마십시오.

건강하지 못한 몸, 더 곪아 들어갈지도 모르니까요.


제도권 내에서 나름 골머리 싸고

이리저리 타협점이나 해결책 찾는 사람 비난하지 마십시오.

거리에서 싸움의 결실을 바로 수확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음으로 지지한다며

거리로 함께 나오지 못하는 사람 비난하지 마십시오.

그분들의 지지가 없다면 우리도 나올 수 없으니까요.


행동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후원금만 보내는 사람이라 비난하지 마십시오.

때론 그것이 너무나 긴요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니까요.


마음만 앞서고 감정적으로 대응한다고

돌출행동하는 사람 비난하지 마십시오.

그분들의 힘이 없다면 전선은 하염없이 밀릴 테니까요.


그래도 어느 순간 너무 화가 난다면

분노를 터뜨리고 비난을 퍼부어도 좋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서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되니까요.


단, 기억해둡시다.

과거의 어느 순간, 또는 미래의 어느 순간

바로 내가 그 비난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의 나 또한 다른 이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동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항감이 생기거나 불편한 단어들이 있다.

나에게는 그런 단어 중 하나가 ‘동지’이다.

‘동지’란 말은 이 동네에서도 많이 사용하지만

저쪽 동네에서도 아주 애용하는 단어이다.


이 단어를 사용할 때 유독 목에 힘을 주는 사람들은 보통

“한번 동지는 영원한 동지”란 개념을 갖기 십상이다.

그리고 ‘뜻’을 함께 하기보다는

‘의리’를 지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사안에 대해 생각이 같으면

함께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 생각이 다르면

치고받고 싸우며 갈라서기도 하는 거다.


우리가 얼마나 한결같은 지고지순한 뜻을 공유했단 말인가?

‘동지’란 말로 대충 차이를 뭉개거나

오류나 잘못을 퉁치려들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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