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데기에 앉을래요
당신은 소라껍데기에 들어가
파도치는 소리를 들려주세요
잠시 눈 감고 추억을 생각하다
서로 나눈 사랑 얘기가
껍데기에 살처럼 차올라요
사르르 모래가 파도를 타고 오면
몸을 맡겨 설레는 바닷속을 구경하세요
내 몸도 천천히 쓸려가네요
물고기가 모래 속으로 스미는 것 같이
해저의 물거품이 톡톡 건드리는 것 같이
가라앉고 뒹굴고 깎이는 동안
당신도 느끼시나요
바닷속에 살고 있는 모래의 기분!
우린 껍데기였어요
살던 날들은 세월에 깎이고
부스러기의 숱한 날들이
껍데기 아래로 흘러요
당신과 내가 쌓은, 상흔의 모래 언덕을
바다가 흩어 지우는 소리를
바다가 씻어 보내는 소리를
모래로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