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여인이 타임머신을 타고
아브라함이 제물 드리는 곳으로 가서
염소를 반으로 쪼개고,
숫양을 반으로 쪼개고,
비둘기를 쪼개지 않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았다
모래여인은
모리아 산으로 가서 이삭을 단에 묶고
칼을 들어 떨고 있는 아브라함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
모래여인은 더는 볼 수 없어
타임머신을 타고
모세가 있는 광야로 갔다
모세가 지팡이로 반석을 치고 있는 순간이었다
뭐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아브라함이 비둘기가 작아서 쪼개지 않은 것을
이스라엘 백성이 불평해서 모세는 화가 난 것을
자식을 죽여야 하고
가나안 땅으로 갈 수 없다고
모든 게 신의 뜻이라고, 뜻대로만 해야 한다고
신은 쪼개라 했다가, 더는 쪼개지 말라고
변덕스러운 하나님
복종만 하라는 하나님
고통이 사랑인가요?
책임만이 사랑인가요?
모래여인은 울부짖었다
저는 신의 법을 어기지 않는
차라리 동물이 되고, 동물도 못 되면
실패 없는 로봇이 될래요
모래 여인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의 서울이란 도시로 돌아와
엄마와 아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제발, 엄마 말 좀 들어! 가면 안 된다고, 네가 다쳐!”
“제가 알아서 한다고요!”
엄마는 빌어도 소용없다
아들은 1년 후에 절름발이가 돼서 돌아왔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알면 엄마 말을 들었을 텐데
모래여인은 다시 과거로 가서
아브라함이 비둘기를 쪼갤지 망설일 때
그의 몸에 들어가
비둘기를 단칼에 쪼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