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 먹을 때 쩝쩝대지 마!”
“안 그랬는데.”
“쩝쩝댔어!”
“아니야,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맛있게 밥 먹고 있었는데, 입맛 다 떨어졌어.
꼭 그렇게 말해야 했니?”
바람을 타고 바다로 돌아가려던 모래여인이
지나치지 못하고 모녀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엄마, 입안에 음식이 있을 때 말하지 마!
다 먹고 말해야 된다고.”
“이제는 이것도 안 돼!
너는 안 그런 줄 아니? 너도 그래!”
모녀의 머릿속에 앉은 뱀이
불을 뿜으며 싸우고 있었다.
서로 누가 더 잘못했는지 실눈을 뜨고,
실수를 잡아내려 벼르고.
“엄마, 분명 씹으면서 말했어! 그러면 안 돼!”
“원,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나,
넌 엄마 밥 먹는 건만 보고 있냐?”
그때 아들이 방에서 나와 누나 편을 들었다.
“누나 말이 옳아!”
“넌 빠져, 누나와 얘기하고 있잖아!”
“엄마, 쩝쩝대는 건 예의가 아냐!”
딸이 따지며 말했다.
엄마는 둘이 맞서니까 속상했지만 창피했다.
“내가 그랬냐?
예능 프로를 보면, 연예인들도
음식을 먹으면서 말하던데.
서로 괜찮으면 돼!”
“누나가 불편하다잖아!”
“불편?”
엄마가 잠깐 생각하는 중에 뱀은 말을 멈췄고,
모래 여인이 긴장한 뱀을 쫓아내며
엄마 입을 빌어 말했다.
“불편했다면 미안해!
아들, 요전에 엄마와 얘기할 때 말하면서 ‘으이씨’라고 했지?”
“그래서요, 혼잣말한 건데!”
“그렇지, 혼잣말이라도 엄마가 듣기엔 불편했어!”
아들은 엄마 말을 듣고 잠깐 생각을 했다.
술술 나오던 뱀의 혀도 쏙 들어갔다.
“알았어요, ‘으이씨’란 말 안 할게.”
모래여인은 불편했던 서로의 기억을 모래로 덮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이틀 뒤,
엄마는 거실 바닥에 떨어진 외출증을 보았다.
아들 방으로 들어가서 보라고 내밀었다.
“무슨 상관인데!”라고 말하려는 뱀이
아들 입을 간지럽힌다.
툭 하고 언제든 입에서 튀어나올 말이다.
어디선가 휘리릭―
모랫바람이 다시 불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