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여인이 어느 가정집에 와서 3
빛나는 모래가루로 만들어
세상 어디에도 모래가 있고
바다의 흔적을 뿌리고 다니는
모래여인이 있다
뱀을 찾아 제가 살았던 굴로 쫓는 그녀
바람을 타고
어느 가정집 창문으로 들어와 오늘도
고단한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엄만 반찬 놓을 테니까,
넌, 국을 풀래?”
식탁에 앉은 딸은 못 들은 척 게임을 했다
“국 푸래도!”
“누가 안 한데? 왜 계속 말해!”
승미는 눈을 흘겼다
“엄마가 딸한테 이런 말도 못 하니?
바로 하면 자꾸 얘기 안 하지!”
딸은 투덜대며 국을 한 그릇 퍼서
자기 앞에 놓고는 게임을 계속했다
엄마는 속이 끓지만 참았다
“어떻게 말하지?”
‘화내, 화낼 일이야! 생각 없이 말해줄게, 제발!’
엄마의 머릿속에서 뱀이 화를 돋웠다
참아 고통스러운 엄마의 마음에서
분리된 뱀을 쫓아내고, 모래여인은
엄마의 화에 모래를 뿌렸다
‘밥을 푸라고 해야지!’
귓속말로 엄마에게 모래여인이 속삭였다
“승미야, 밥도 퍼?”
엄마는 한 번만 말하고는
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했다
재촉하지도, 화도 없는 엄마를 본
딸의 눈에서 독기가 사라지고
승미는 밥을 퍼서 식탁에 놓았다
“엄마도 먹어?”
“그래.”
딸은 밥솥을 열어 보며 주걱을 들었다
“얼마큼 풀까?”
“공기에 반만.”
모녀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모래여인은 다정한 식사 시간을
빛나는 모래가루로 만들어
불만의 기억을 싹― 덮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