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과 제주도 여행 얘기를 하다가 내가 가지고 있던 여행지도(제주도 투어 패스 이용할 수 있는 여행지)를 딸이 자기도 본다며 출력해 달라고 했다. 컴퓨터 앞에서 지도를 출력하는 동안, 옆에 있던 딸이 갑자기 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언니가 생일 선물로 받은 쿠키가 많아, 그것부터 먹어” “싫어, 나는 쿠키보다 빵이 좋아!” 막내는 엄마가 만들어 준 빵이 더 좋다고 했다.
나는 딸을 생각해서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떤 빵이 좋은지 물었다. 딸은 머핀을 만들자고 했다. 나는 삼일 전에 딸이 방과 후 요리 수업에서 만들어 온 마들렌이 생각났다. ‘쿠키 싫으면, 마들렌 먹으면 되겠네!’ 딸은 먹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머핀과 마들렌은 틀만 다르지, 재료와 만드는 방법은 같다며, 그냥 마들렌을 먹고 머핀은 만들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딸은 방과 후 선생님이 주신 종이를 보고 설명하면서 둘은 분명 다르다고 했다. 딸은 자기 말이 맞는 데 아니라고 하니까 자존심이 상했고, 나는 딸이 내 말을 제대로 안 듣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니까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나는 서로 갈등만 될 게 뻔해서 딸에게 그 얘긴 그만하자고 했는데, 딸은 “무식하긴….”하며 욕을 했다. 나는 속은 안 좋았지만 딸에게 욕은 하면 안 된다고 하며 화내지 않고 참았다. 딸은 여기서 해결이 안 되면 계속 억울하고 화나서 엄마한테 모른 척하고 대할 건데, 그건 어려울 거란다. 당장 얘기해서 풀어야 한다고. 이렇게 나는 딸과 별일 아닌 마들렌과 머핀으로 둘이 같은지, 다른지에 대해 판가름하는 말싸움을 했다.
나는 얘기를 그만하기 위해 딸의 친구 얘기를 꺼냈다. “예전에 윤아가 네 게임 아이디를 빌렸는데 가져가서 주지 않았지! 그래서 친구만 이용할 수 있게 돼서 네가 훔쳐 갔다고 했어. 그 친구와는 절교했고. 친구는 엄마 따라 일본으로 갔는데 너는 계속 그 친구를 미워했어. 3년쯤 흘러 친구가 연락했는데, 네가 미워하는 마음은 까맣게 잊고 반갑게 대했잖아! 그것 봐! 당장 해결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관계가 좋아질 수 있어! 엄마와 얘기해도 지금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니까 해결점을 못 찾잖아, 계속 똑같은 말만 주고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니? 잠시 미룬다고 생각하고 묻어두자!”
딸은 그게 쉽지 않았다. 말로 끝장을 보고 싶어 했다. 나는 더 얘기하기 싫었지만 얘기해야 해서 화가 났다. 그래서 딸보고 네 말이 옳으면 증명을 해보라고 하니, 딸이 방과 후 할 때 받았던 종이를 한 번 쓱- 읽고는 말했다. “마들렌을 머핀 틀에 만들어 구웠지만 맛이 마들렌 맛이기 때문에 마들렌이 맞아. 선생님이 그러셨어!” 딸의 얘기를 들으니, 일리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 얘기는 맞고 엄마 얘기는 틀렸다고 듣지 않으려고 해서, 나는 엄마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물었다. 딸은 딴소리하며 다르게 얘기했다.
나는 두 빵을 똑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만드니까 맛도 같아서 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머핀과 마들렌 모양이 다르다고 했다. 머핀 틀에 재료를 넣으면 머핀이 만들어지고, 조개 무늬의 마들렌 틀에 넣어 구우면 마들렌이 만들어진다고 한 것. 딸은 내가 한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딸은 선생님께 수업받았고 선생님이 마들렌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져서…. 하며 역사를 간단히 얘기하며 머핀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라며 다름을 강조했는데 나는 머핀이 어떻게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냐며, 딸이 말을 만들어 내서 맞지도 않은 말로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며 그건 증명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참! 딸과 법정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닌데….’
딸은 인터넷을 살펴보더니, “선생님께 들은 얘기 맞네! 마들렌이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네~” 그래서 맞는 말이라고 우겼다. 맛과 모양을 판단하고 있는데 역사까지 건드리며 얘기하게 되었다. 딸은 그러면서 자신은 증명했으니, 엄마가 바로 증명하지 않으면 자기가 이긴 거라고 했다. “그건 네 중심 생각이야!” 나는 딸의 말에 수긍을 안 했고, 네가 인터넷으로 찾아본 것처럼 나도 시간이 필요해서 바로 증명할 순 없다고 하고 자료를 찾았다.
딸은 내가 져주길 바라는 것 같았지만 일단 정답을 알고 싶어서 나는 요리 레시피인 “만개의 레시피”에서 마들렌과 머핀의 차이점을 열심히 찾아봤다. 찾아보니 차이점이 있었다. 약간의 차이점인데 발효과정이었다. 다른 건 똑같았고, 마지막에 30분 정도 부풀도록 마들렌은 발효 시간을 가진 것이고 머핀은 바로 발효 없이 오븐에 굽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한 말이 틀린 게 된다. 과정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맛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아 더 찾아봤다.
할렐루야! 나는 마들렌이라고 하면서 머핀과 같은 방법으로 구워낸 레시피를 찾았다. 그래서 딸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마들렌을 사전에서 보니,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빵인데 조개 모양의 틀에 넣는 게 마들렌이래. 엄마가 살펴보니 머핀과 마들렌 만드는 방법에서 차이가 조금 있더라. 그러니까 맛이 조금 달라. 그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만드는 방법과 조개 무늬 틀까지 포함해서 마들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과제빵 시험에서도 그 두 가지를 다 봐. 요즘에는 간편한 방법으로 그 표준에 맞추기보단 응용해서 만들기도 해. 머핀과 같은 재료와 방법을 써서 맛도 같은데 단지 틀만 달리해서 머핀 틀에 넣어 구우면 머핀이라고 하고, 마들렌 틀에 넣어서 구우면 마들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래서 네가 방과 후에서 만든 것도 맛은 마들렌인데 틀은 머핀이니까. 표준에 비교하면 응용이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네 말도 맞고 엄마 말도 맞아.” 나는 딸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서로 틀린 게 아니라고 하면서. 딸도 답이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서로의 주장이 틀린 게 아니니까 기분이 좋았다. 딸도 엄지 척을 들어 보였고, 나도 엄지 척했다. 둘 다 맞으니 둘 다 이긴 기분이었다.
나는 딸에게 “엄마한테 욕한 건 화가 나서 그런 거지?”하고 물으니, “그렇지~ 그때만 그랬지. 좋으면 지금까지 쓰지 않겠어~” 하며 다음엔 그런 말 안 쓰겠다고 얘기해 주어서 더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