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방황하는 아들에게 연기학원을 소개해줬고, 아들은 다녀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와 아들이 바라던 대학 합격의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중학교 때 춤을 배우고 싶어 했던 아들을 말렸었던 게 미안해서 춤보다 다양한 걸 배우는 연기학원을 소개했던 건데, 아들은 학원에서 친구들도 사귀면서 잘 지냈었다. 그렇지만 학원 수업이 아들에게는 녹녹지 못했나 보다.
다시 방황기에 접어든 아들은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재수 지원은 안 해주겠다는 부모의 마음을 읽어선지 스스로 투잡을 뛰며 열심히 살았지만 허한 마음을 잡긴 어려웠을 것이다.
알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용돈 달라는 말이 사라지고, 두 달 정도는 번 돈을 친구들과 다 쓰던 아들은 지난달에는 통장에 오십만 원을 적금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들이 달라지는 동안 남편이 중대한 결심을 했는지 4월 말에 아들을 불러 대화를 했다.
"아빠가 재수학원비 대줄 테니까, 지금부터 재수 준비해! 알바로 고생도 해봤고 생각할 시간을 줬던 거야. 대학 들어가서 군대 가는 거와 고등학교 졸업해서 아르바이트하다가 군대 들어가는 거랑은 달라! 넌 어떻게 생각하니?"
"그동안은 신경 쓰지 않으시더니 이제 와서 챙겨주세요?"
아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남편과 대화를 나눴고, 마음이 정리된 아들이 대학 준비를 해보겠다고 했다.
"연기는 배운 거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 공부해서 대학 가고 싶어요! 아직 제가 뭘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대학에 들어가서 생각해 볼게요."
"그래, 좋아!"
남편과 나는 힘든 결정을 해준 아들에게 감사하며 응원하고 있다.
아들이 이번 어버이날엔 제가 번 돈으로 카네이션 화분을 식탁에 살포시 놓고 갔다. 감동의 물결이 차올랐다.
"이런 날도 찾아오는구나!"
나는 아들에게 카드를 주며 학원 다닐 때 식대로 쓰라고 믿고 맡겼다. 아들은 성장해서 그런지 카드를 허투루 쓰지 않았다. 학원에서 도시락으로 8천 원 2번, 한 달 30만 원 넘게 나가는 비용도 쓰지 않고 편의점이나 저렴한 식당을 찾아가서 사 먹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 재수학원에서 남는 도시락을 어쩔 때 줄 때 있는데, 아들이 맛있다고 해서 그럼 한 끼 정도는 도시락을 사 먹는 게 어떻겠냐고 하니, 다음 달부터는 한 끼 정도는 도시락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용돈이나 씀씀이에 대해서도 갈등이 많았는데, 그런 걱정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아들은 성장해 있었다. 지금 아들을 떠올리니, 뭉클한 물결이 밀려와 눈가를 촉촉하게 한다.
"아들아, 고맙다, 그리고 사랑해! 엄마는 늘 믿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