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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 나비 Jun 22. 2024

혼자가 아닌 나무

기다림

무얼 잡아야 한다

잡지 않으면 나는 무중력 상태

지구 밖으로 떨어져

더 이상 나무가 아니다     


너에 대한 믿음을 잡지만

썩어 떨어지는 동아줄

자꾸 하늘로

하늘 저편으로 떠밀려 간다     


나는 무얼 잡아야 하나

지켜주겠다던 맹세도

삭정이같이 뽑히고

한차례 바람이 휘몰아쳐

나는 이름 없는 곳을 떠다닌다  

   

잡는 것은 뿌리가 없다

뜨는 것은 뿌리가 없다   

  

뿌리는 감추고, 한철에 핀 잎을

내민 너에게

사랑이 있을 거라고    

 

우수수 떨어지는 잎들을

붙잡고 싶었다     


너의 갈라진 말 한마디면

뿌리는 송두리째 들뜨고,

떨었다    

 

나는 무얼 잡아야 하나

잡지 않으면 나는 뜬다

삶은 물기 없이 떠서

지구 밖으로 흩어질 것이다


내 뿌리가 아픈 잇몸처럼

들뜨고 있다

그래도 땅에 발 묻고

버틸 수 있는 건

널 믿는 기다림

끝이 없어 기다림이다     


그의 위에 기다림이 있고

그가 감춘 뿌리는 선하다     


그리고 나의 뿌리는

땅에 흐르는 어머니

그 젖줄 놓지 않으면     

 

나는 그가 없이도

혼자가 아닌 나무

    

영겁의 가지에 싹을 틔우고

널 기다리는 나로

나는 여기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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