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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 밥 먹이기

내일엔 내일의 방법이 떠오를 거야!

"밥 먹어!"

"응, 안 먹어!"

난 화를 참아낸다.

'안 먹으면 안 먹지, 응?'

막내는 억지로 밥을 먹인다며 저녁이 되도록 시위했다.

아침은 고구마 한 조각에 우유 반 잔, 점심은 시위로 배불러 넘기고, 저녁 6시가 되니까 슬슬 배가 고픈지, 고구마를 다시 먹겠다고.

나는 밥 먹고 나서 고구마를 먹으라며 용돈 떨어지면 군것질비를 안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딸은 협박이라며 오늘도 노래를 불러댄다.

"또 협박이지, 돈으론 안 그러기로 했잖아!"

'내가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딸은 내 마음을 모르고 내가 딸 마음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먹이는 게 아니야, 점심을 거르고 저녁까지 안 먹겠다고 하는 게 억지지!"

"아니야, 엄마가 억지야!"

딸은 군것질비를 안 주겠다고 한 것에 마음이 누그러진 것 같다.

"저녁 뭐야?"

"산적도 있고, 잡채도 있고."

"안 먹어!"

메뉴를 묻는 건 안 먹겠다는 신호다. 명절 음식에 질리기도 한 것 같다.

"계란찜 방금 했어, 볶음 김치에 먹으면..."

"싫어!"

"김에 싸 먹으면 어때?"

딸의 맘이 바뀌면 메뉴 하나를 콕 집어, 그것만 먹겠다고 한다.


"밥 줘, 계란찜은 안 먹을 거야!"

"알겠어."

나는 얼른 조미김을 갖다 바쳤다. 물론 멀찌감치, 그러나 딸의 시야에 들어오게 계란찜을 두었다. 볶은 김치와 함께.

딸은 김에 밥을 쪼금 싸서 입에 넣더니, 계란찜과 김치볶음도 입에 넣었다. 나는 못 본 척 시치미 떼며 티브이 시청을 한다.


딸내미 밥 먹이기 참 힘들다.

어떤 날은 밥을 덜어달라고 해서 덜려고 하다가 그릇에 밥을 한쪽 편으로 밀어서 던 것처럼 연기를 해서 먹이고, 또 어떤 날은 첫 끼를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끓여줬는데, 싱겁다며 두 젓가락 먹고 안 먹는 걸 혼내지 않고 참아냈다. 결국 그 라면은 아깝게 버렸지만 입맛 없는 딸이 조금이라도 먹었다는데 의미를 뒀다.

'그래도 라면을 안 먹고 버리게 한 건 너무했어!'

2인분도 먹던 라면을 버리다니, 요즘 딸이 입맛이 없긴 없나 보다 하고 이해하며 넘겼다.

세상에 나보다 인내심 많은 수많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든 고비를 또 넘겼다.


"밥 먹었으니까 고구마 먹어!"

"응, 고구마 안 먹어!"

사춘기 딸은 일관성이 있다. "~하라"고 하는 데는 안 하겠다고 한다. 내 말투를 바꿔야겠다. 연구할 일이다.

딸은 밥도, 퍼준 계란찜도 한 숟갈씩 남겼다. 그건 내가 먹으면 된다.

휴, 고구마 안 먹어도 밥을 먹었으니 다행이다.

아니, 더 낫다!


내일은 또 어떤 방법으로 밥을 먹일까?

-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칼렛 오하라

"내일엔 내일의 방법이 떠오를 거야!"

걱정하지 말자고 마음을 위로한다.

또한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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