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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로 말 거는 엄마

평소에 점심 1~2시에 일어나는 큰딸이 웬일로 10시에 일어났다. 가수 송창식 어르신은 새벽에 잠들어서 점심때 일어난다는 걸 티브이로 보고 알았는데, 큰딸은 밤에 안 자고 낮에 자는 특이한 점이 닮았다.

중2 때부터 딸을 이해 못 하는 관점 때문에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누그러진 나는 대학교가 된 딸을 보며 이해를 넘어 이젠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친구와 약속이 있거나 학교를 갈 때는 딸이 철두철미하게 낮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늘처럼….


“아침에 샌드위치 만들어놨어.”

“응.”

큰딸은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 친구와 약속이 있니?”

“응, 세영이.”

나는 더 말을 붙이고 싶었다.

“세영이 성이 뭐였더라. 맨날 듣는 친구 이름인데 성을 모르겠네.”

“...”

딸의 시선은 핸드폰에 꽂혔고 샌드위치를 들었다 놨다 하며 두 가지 일에 정신없었다. 아니 내 말은 씹혔다.

나는 싱거운 말 대신 달콤하게 말했다.

“어제 아이스크림 주문해서 지금 냉동실 안에 있어. 무슨 아이스크림 샀게?”

샌드위치를 다 먹은 딸은 여전히 핸드폰에 시선을 꽂은 채 말했다.

“쌍쌍바?”

“맞아!”

딸의 입가에 미소가 보였다.

“쌍쌍바를 사려고 하다가 원 플러스 원하는 링키바를 샀어. 추억의 아이스크림이랄까?”

“...”

“또 어떤 아이스크림 샀게?”

“어, 모르겠는데?”

큰딸은 말하면서 시선은 여전하다.

“왜, 있잖아. 케이크 이름에도 있는데!”

“쿠키앤크림?”

“딩동댕. 쿠앤크.”

“또, 맞춰봐?”

“뭔데?”

“돼지바 샀어.”

“그건 엄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지.”

그랬던가?

“응.”

큰딸을 아이스크림으로 꾀어서 겨우 대화하고 아들을 불렀다.


“샌드위치 먹어!”

“가져가서 먹고 있어요.”

“두유랑 같이 먹지. 물이라도. 목 막힐라?”

“제가 목 막힌다고 했어요?”

“아니, 엄마가 그렇다고.”

나는 샌드위치를 먹을 때 꼭 우유나 음료를 먹는데, 유당불리증이 있는 아들은 우유를 못 먹어서 물이나 두유를 먹었으면 싶었는데, 아들은 필요 없다고 한다. 나라면 목이 막힐 것 같은데….

어쨌든 아들과도 대화했다.

‘대화일까? 잔소리일까? 사랑일까?’

그래도 챙겨주는 거니까 사랑이라고 쳐야지, 암~~


“막내야, 샌드위치 먹어!”

“나 어제 교정 새로 해서 이가 아파서 못 먹어!”

“뭐야, 미리 말하지. 그럼, 가위로 잘라줄까? 뭐라도 먹어야지.”

“아니!”

“우유라도 먹어?”

“....”

“그럼, 바나나 줄까?”

“응.”

오늘도 자녀 셋의 아침을 겨우 차려주고, 더 얘기하고 싶은 입은 다물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수다 다다’ 지금 타자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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