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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Jul 08. 2024

옷핀이 해결

급한 걸 못하는 사람

점심으로 레시피를 보고 비빔면을 만들어 큰딸과 먹었다. 역시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은 1:1:1:1. 여기다 참기름도 한 숟갈 넣으면 황금레시피다. 골뱅이나 삼겹살이 없어서 오늘은 냉동 돈가스를 전자렌이지에 데워 비빔면과 같이 먹었는데 나름 맛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는 안방 책상에 놓인 컴퓨터 앞에 앉았다. 동화를 구상하다가 전체 줄거리를 쓰고 있는데, 침대 위에 올려 아들 체육복이 신경 쓰였다. 

'이걸 어떡하지?' 

허리끈이 고 몇 시간을 못 참고 체육복에 붙고 싶은지 아우성을 치는 것 같았다. 아침엔 플라스틱 바늘로 넣어보려다 바늘이 부러졌고, 클립은 안에서 걸려버리면 또 고생일 텐데.... 


'아, 옷핀이 있었지!'

어느 가정에나 한 개쯤 굴러다닐 법한 옷핀. 나는 화장대 서랍 안에서 옷핀을 건졌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아침에 아들이 부탁했을 때, 10분이 걸려도 안 되던 일이 단 1분 안에 해결됐다.

'옷핀이 다 해결했다!'

참 희한하게 아들이 있으면 안 되던 일이 아들이 없을 땐 되니, 신기하다. 아들이 급하게 엄마한테 부탁한 것도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아들 바지를 진작 살피지 못한 것도 미안했다. 나도 앞으로는 더 잘 챙기고, 아들한테는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엄마가 급하게 하는 걸 못해. 차분이 하면 금방 하거든. 네 바지끈도 1분 안에 넣었다니까! 엄마도 이제 안 거야. ㅎㅎㅎ 그러니까 너도 아침엔 되도록 부탁하지 않고, 저녁이나 밤에 챙겨 두면 좋겠어."


대화 나누며 서로 맞추고,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나가자!
아들아~~~ 엄만 너의 영원한 조력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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