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아들, 금성에서 온 엄마
공교롭게도 낮에 치과에 있던 남편과 통화를 했는데, 아들이 학원 다녀와서 사랑니를 뽑아야 된다고 했다. 핸드폰 문자에 치과로 결제된 곳이 있어서 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이었다. 카드 할인 때문에 남편이 내 카드를 한 장 쓰고 있는데, 내가 착각한 것이다.
"저 사랑니 났어요!"
"그래! 사랑니는 안 뽑아도 된다고 하던데. 나중에 나이 들어 혹시 틀니 할 때 필요할 수 있대!"
내가 괜한 소리를 했다. 아들이 틀니를 걱정할 나이면 40~50년은 족히 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들은 낯빛이 어두워지면서 퉁명한 소리를 냈다.
"치과에서 이 뽑아야 한대요!"
"치과 아직 안 갔잖아?"
"학교 마치고 치과 들렀다가 학원에 갔었어요."
"치과 갔을 때 뽑고 오지 그랬어?"
"학원 가야 돼서 그냥 왔어요. 다음 주에 치과에 예약해 놨어요."
"알겠다."
"네?"
아들은 나의 짧은 대답에 잠시 당황한 듯했다. 더 물어볼 줄 알았나 보다. 나는 더 이상 얘기하면 아들과 갈등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더 안 한 거였다. 의사 선생님이 얘기했는데 내 판단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아들도 조금 의아해하더니 엄마의 알겠다는 말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나는 내 경험치의 생각으로 미리 판단하는 버릇이 있고, 아들은 엄마가 무슨 뜻으로 얘기하는지, 자기 얘기에 반응을 안 해주는 포인트를 잘 몰랐다. 그래서 서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가 내가 말을 더 이상 안 한 가장 큰 이유이다. 아들은 자기 상태나 기분이 어떤지를 먼지 말하는 성격이라는 걸 아는데, 불쑥 내 성격이 먼저 나온 거니까. 'MBTI'에 아들은 F, 나는 T.
'아들의 마음을 알았으니 오케이, 패스!'
다음엔 아들 얘기를 끝까지 듣고 말해야겠다. 노력의 노력을 해야지. 실수는 성공하라고 생기는 거니까, 오늘 미션은 실패가 아니라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