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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Jul 27. 2024

사랑니 뽑아!

정신이 번쩍 뜨였다

7월 22일,

아들의 생각: 치과에서 뽑으라고 했으니까 뽑아야죠!

엄마의 생각: 아프면 뽑으면 될 걸 생니를 뭣하러 일찍 뽑아!


둘의 생각은 팽팽했다.





아들 전화가 왔다. 치아 교정을 받고 있는데, 사랑니가 발견된 모양이다. 나에게 다음 주에 사랑니를 뽑는다고 했다. 나는 치과 선생님이 얘기했으면 당일날 뽑지 왜 다음 주까지 미루냐고 했고, 아들은 학원 가야 돼서 다음 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치과에 물어보니 치과 교정선생님이 발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외과선생님한테 가보라고 했단다. 아들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싫고 나는 알고 싶었던 거였다.

사랑니도 당장은 안 뽑아도 되지만 앞 어금니를 누를 수 있게 누워 자라서 뽑아야 된다고 했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과 사랑니 얘기가 계속 됐다. 아들은 요즘 내가 묻는 말에는 답이 없고 불퉁한 얼굴로 대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프면 뽑지, 꼭 뽑아야 돼! 사랑니도 다 쓸모가 있데. 나중에 틀니 하게 되면 필요..."

나는 '아차!' 싶었다. 아들이 40 ~ 50년은 지나야 생각하게 될 틀니 얘기를 왜 한 걸까? 나는 후회했다.   

"치과 선생님이 뽑으라고 했다고요! 알지도 못하면서."

아들은 더 이상 나와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똑같은 얘기를 서로가 돌림노래처럼 할게 뻔했다. 서로의 마음은 갈등의 파도 속에 있었다. 아들에게 뽑지 말라고 하면 갈등이 밖으로 나와 부딪힐까 봐 참았다.




다음 주가 흘렀다. 월요일이었다. 아들은 아침만 먹고, 12시경에 치과에 가려고 했다.

"점심 먹고 가."

"시간 없어요. 늦었다고요!"

"바로 학원에 가? 집에 들렀다가 밥 먹고 가지?"

"나가서 점심 먹고 바로 학원 갈 거예요."


 나는 말하는 것마다 번번이 반대하는 아들의 말이 서운했다. 그리고 아들이 집에서 되도록 식사를 하고 가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나와 달랐다. 일찍 학원에 갈 수 있는 방학이 됐고, 이때 하루에 한 끼는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도록 나와 약속을 해놓은 상태라서 기다렸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에게 문자를 남겼다.

"발치하고 죽을 사 먹으면 좋을 거야.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얘기해 주시는 데로 하고."    

아들은 아무 답이 없었다. 그런데 학원에 바로 가기로 한 아들이 집으로 왔다.


'엄마 말대로 점심이라도 먹고 가지. 치과에 늦으면 어때서. 이렇게 고생할걸.'

아들은 이가 아프다면 부은 얼굴로 얘기했다.

"저 오늘 학원 빠질래요."

"왜 하필 월요일에 발치하러 갔니! 금요일에 가면 되는데."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 시간까지 아들이 밥을 못 먹은 것과 학원에 빠지게 된 것도 그랬다. 나는 아들에게 4시 반부터 식사해야 되지 않겠냐고 몇 번 물었고, 아들은 왜 자꾸 밥 타령이냐고 핀잔했다. 아들은 아침에 시리얼로 때우고 점심도 못 먹은 상태로 7시까지 누워있었다.


"엄마, 죽 끓여주세요."

"아까는 마취 풀리면 밥 먹어도 된다며?"

"인터넷 검색해 봤는데 죽을 먹으래요."

나는 화가 넘칠 지경이었다. 한 대 후려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 밥 먹는다며 좋아서 나갔으면 죽이라도 사 들고 오지, 이따가 밥 먹겠다고 했으면서 저녁 먹을 시간에 죽을 끓여달래! 나는 또 기도하는 마음이 됐다. 나는 찬찬히 마음을 살폈다.



 

'아들은 이가 마취 상태라 밥을 못 사 먹고 아픈 상태로 학원에 가기도 어려워서 집으로 온 거야. 하지만 아들이 엄마 말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모든 걸 자기가 원하는 데로 결정해서 나는 너무 서운했어.'   

이 마음으로는 화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아들을 한대 치면, 그 상처로 아들도 아빠가 돼서 화가 났을 때 자식을 치겠지!'

나는 손자가 아들한테 맞을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뜨였다.

'말자, 말어!'

내 마음이 평정을 찾자, 죽을 빨리 끓여주는 방법이 생각났다.

'야채를 갈고, 동그랑땡 남은 걸 다져서 있는 밥에 물만 부어 끓이면 야채죽이 돼. 그걸 아들한테 주면 되겠다!'

나는 후다닥 죽을 만들어서 아들 방에 놓았다.




아들이 밥을 먹고 한 시간쯤 지나서 웬일인지 나를 찾았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는지 표정이 밝았다.

"엄마, 나 이쪽에 좀 부었죠?"

"그래 좀 부었네, 많이 아프겠다."

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요즘 나에게 퉁명하게 보이던 얼굴빛이 '싹' 사라져 있었다. 아들의 얼굴을 보니, 참길 잘했다고 느꼈고 나도 아들 마음을 좀 더 살피지 못한 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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