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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손금나비
Jul 11. 2024
속 마음은 날 생각하고 있었네
이빨 시린데 없어?
불쑥 낮에 남편의 전화가 왔다. 밖에 있으면 절대 먼저 전화 오는 법이 없는 사람인데....
내가 급한 일이 있어 전화를 하면 자주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응답메시지를 듣는다. "지금은 전화받을 수 없사오니, 나중에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나는 답답한 전화는 잘 안 하고, 카톡 문자를 보낸다. 남편은 전화를 받는 경우에도 긴 대화를 안 하는 편이다. 그런 성격이며 상황이 그렇다는 건 알지만 서운했었다. 서운함도 쌓이면 기도의 날만큼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됐다.
"엄마, 이빨 시린데 없어?"
남편과 나는 서로를 엄마와 아빠로 부른다. 남편과 나는 9살 차이로 남편이 나이가 더 많아서 나는 존댓말을 하고 남편은 반말을 한다.
"지금은 괜찮아요. 나이 들면 언제 이가 아플지 몰라요. 뭘 먹다가도 이가 부러질 때 있고, 시리다 가도 괜찮아지고, 이 씌운 것도 바꿀 때가 된 것 같은데..."
남편은 듣고만 있었다. 웬일로 내 이에 대해서 물어보지?
나는
남편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왜 물어보는대요?"
"응, 이빨이 시려서 병원에 와 있어. 내가 아프니까 당신은 시린데 없나 싶어서."
나는 처음으로 날 걱정해 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본인이 아프면 내 생각이 나나? 남편은 가끔 가뭄에 콩 나듯 날
놀랠킬 때가 있다. 가끔 신경 써주니까 그때마다 처음
같은지도
모르겠다.
경상도 남자라도 조선시대의 경상도 남자 느낌이라 표현력이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속으론 걱정해주고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불쑥 말이 나왔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 시리면 아빠한테 얘기할게요."
바깥일에 정신없어서 내 생각 못하다가, 아파서 혼자 있을 때 생각 나나보지.... 남편을 이해하기로 했다.
늘 서운했던 마음의 자리를 훌훌 털어버려야겠다. 나는 남편이 이렇게 전화해서 "시린데 없어?"라고 물어볼 줄 몰랐으니까. 서운한 마음은 위하는 마음의 자리를 어둡게 덮어버리지만 틈도 많다는 걸 알아 가고 있다. 가끔 말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이렇게 녹으니 말이다.
남편은 눌러 있는
나의
감정들을
이제는
눈물이 아닌
, 한 번씩
티슈
한 장으로
뽑아서
나에게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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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이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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