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들여다보기

1장) 신비에 싸인 기원

by 아이얼

"우리는 언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


<1장. 신비의 기원>을 여는 첫 문장이다.

과연 미술의 시작은 어떻게 비롯되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주목한 번째 키워드는 '실용성'이다.


고대 원시인이나 현대인이나 미술은 그들의 삶을 투영하기 마련이다.

고대 당시의 관심사, 필요에 맞는 건축물과 조각상 제작의 첫째 기준은 바로 이 실용적 가치에 있었음을 확인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터무니없는 주술적 믿음(토템)에 근거하였다 할지라도..

실용성이 있게 하되 '제대로' 하는 것이 바로 '미술 행위'가 되는 것이라 내 나름대로 이해해본다.


"미술의 신비한 기원을 이해하려면 원시인들이 그림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실용적 위력이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게끔 만든 체험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들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40쪽


두 번째 키워드는 '마음 들여다보기'이다.


당시 원시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남겨진 미술품과 연관된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고대 원시인의 작품을 관람할 때의 포인트는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착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의 모든 역사는 기술적인 숙련에 관한 진보의 이야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생각과 요구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4쪽


이제껏 고대 원시 박물관에서 작품을 보면서 그저 "기괴스럽다, 흉물스럽다"라고 여기며 무심히 지나쳤던 내 모습을 떠올려본다.

허투루 본 모든 것들에 당시의 이야기가 입혀지니 사뭇 다르게 보인다. 공감이 된다.

그들의 마음을 내게 옮겨놓고 보니 우스꽝스러움이 간절함으로, 무관심이 애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를 변화시킨 한 가지 작품만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아즈텍의 <비의 신 틀라록>이다.



"이는 멕시코가 스페인에 정복당하기 이전의 마지막 시대인 아즈텍 시기로 추정되는 조각 작품이다. 학자들은 이것이 틀라록(Tlaloc)이라는 이름을 가진 비(雨)의 신을 표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열대 지방에서 비는 사람들에게 생과 사의 문제일 때가 많다. 왜냐하면 비가 오지 않으면 그들의 작물이 말라죽고 그들도 굶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와 뇌우의 신이 그들의 마음속에 무섭고도 강력한 수호신의 형상을 취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늘에서 치는 번개가 그들의 상상으로는 커다란 뱀과 같이 보였기 때문에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방울뱀을 신성하고 막강한 존재로 생각했다. 틀라록 상을 좀 더 가까이서 살펴보면 그의 입은 큰 독이빨을 드러내 보이는 두 마리의 방울뱀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형상이며 또한 코도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두 눈까지도 뱀이 몸을 둥글 게 꼰 형태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주어진 형태를 가지고 얼굴을 만들어 내는 그들의 관념이 실물과 같은 조각을 만드는 우리의 관념과 얼마나 다른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을 유도해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번개의 힘을 상징하는 신성한 뱀의 몸뚱아리를 가지고 비의 신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확실히 타당한 일이다." 53쪽


'가까이 들여다 보기'는 결국 '마음 들여다 보기'이다.

알면 알수록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미술의 세계!

이것이 어찌 미술에만 국한되겠는가..

그 미술 행위를 하는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

미술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는 오늘의 책 읽기였다.




** 표지사진은 알래스카의 <의식용 가면> 베를린 국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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