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이런 책
안녕하세요.
지구가 많이 아픈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입니다.
준비 없이 이 더위와 싸워 끝내 이겨내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죠?
그래서, 혼자보기 아까워서, 괜찮은 책 몇 권을 준비해 봤습니다.
무더운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알찬 휴가계획 사이에 책과 함께 더위도 날리고 스트레스도 날려 보내시길 바랍니다 :)
올해 만난 책 중에 읽는 내내 가장 욕(?)을 많이 내뱉은 책입니다. 탄탄한 구성, 놀라운 몰입감, 영화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뭉쳐진,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겸한, 갖다 붙일 수식어를 끝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재밌던 소설입니다.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의 이름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라는 소설이 작년 국내에 영화화되며 들어보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이 되신다면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도 추천드립니다. 아니,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를 추천드리는 게 맞겠네요 ㅎㅎ) 『제노사이드』라는 이 이야기의 발단은 '하이즈먼 리포트'라는 인류 멸망 보고서에 쓰인 마지막 챕터입니다. 인류 멸망 보고서의 마지막 챕터가 무엇이냐 하면, 인간의 지적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인 신인류의 등장이 현생 인류를 말살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그 신인류가 진짜 나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다양한 사건들이 전개됩니다. 콩고, 일본, 미국을 오가며 전개되는 진화론, 국제정세, 밀리터리 스펙터클을 읽다 보면 아마도 여러분의 밤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영화 '마션'을 기억하신다면, 아마도 흠뻑 빠져들 것이라 자신합니다. '앤디 위어 3부작'으로도 잘 알려진 책인데요. 앤디 위어는 영화 '마션'의 원작자이기도 하죠.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 『아르테미스』로 이어지는 3부작 중에 단연 돋보이고, 다채롭고, 이게 진짜 SF 지! 를 연발하게 만든 소설입니다. '헤일메리 Hail Mary'는 미식축구 용어인데요. 경기 막판에 역전을 노리고 하는 패스에서 유래한 말인데, 소설 속 우주선 이름이기도 합니다. 지구를 종말에서 구하기 위한 바람이 모인 집약체를 뜻하죠. 태양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미지의 생명체 '아스트로 파지'에 의해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요즘의 날씨도 지구 멸망을 암시하는 것인가... 고민해 보게 됩니다.) 아무튼, 이 우주선에 탑승한 주인공. 긴 수면 끝에 깨어났더니 동료들은 모두 죽고 우주선에서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본인 이름도 기억 안나는 골치 아픈 와중에 '로키'라는 외계인을 만나게 되는데요. 인류를 구하게 될지는 책을 통해 살펴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내년에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로 개봉된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리진 마시고요 :)
저자인 토마스 헤르토흐는 벨기에 루벵가톨릭대학의 이론물리학 교수입니다. 98년부터 20여 년간 스티븐 호킹 박사와 우주 기원 탐구의 동반자로서 함께한 분인데요. 스티븐 호킹 박사가 평생을 바쳐 탐구해 왔던 우주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함께하며,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론과 성찰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떠오르실지도 모르겠네요.) 뉴턴에서부터 시작되는 물리학의 여정, 생명친화적인 이 우주의 비밀,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계와 겸손함 속에서 우리가 존재하게 된 기적 같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박정민 배우가 '무제'라는 출판사를 열며, 첫 출간 도서로 김금희 작가와 함께 『첫여름, 완주』라는 소설을 발표했다기에 귀가 솔깃하여 찾아본 책입니다. 아, 김금희 작가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고,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같은 사랑과 연애, 가족과 친구, 사회와 노동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뤄온 작가죠. 이 책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경에 내놓은 작가의 첫 산문집입니다. 저는 읽는 내내 배가 아팠습니다. 저도 가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분들이 쓰는 에세이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유는, 분명 어렵지 않은 단어를 쓰는데도 어쩜 이렇게 깊고 다를까, 그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길어 올려 표현했을까 싶어 부러워서 말이죠. 마흔두 편의 글을 담은 이 책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이 문장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밑줄 긋고 싶어 지실 겁니다. (저도 엄청 그었어요. 밑줄...)
작년 이맘때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른 김장하》라는 넷X릭스 다큐멘터리였는데요. 제목이 문장도 아니고, 설명도 없었지만 사람의 이름 앞에 '어른'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 이게 뭔가~ 싶은 마음에 봤다가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 다큐멘터리입니다. 진주 지역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후원하고 기부하며 남을 돕는 일에 살아오신 '김장하 선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형배 대법관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한 개인이 한약방을 운영하면서도 학교를 세우고 지역을 후원하며, 어떻게 성과나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베풀 수 있을까, 참 어른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가웠고, 경남지역 언론인이자 기자인 김주완 님이 10년 넘게 한 사람을 추적하며 기록한 취재기라 다큐멘터리 보다 진한 여운이 느껴졌습니다.
위의 다섯 권의 책이 다소 두껍거나 주제가 무거울 수도 있겠다 싶어 준비했습니다. 시집만큼이나 작고 얇고 표지가 예쁜 책인데요.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 이 책을 쓴 소노 아야코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안타깝게도 올해 초 93세의 나이로 멀리 떠나셨어요. 『인간의 분수』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에세이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후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제목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어조에 책을 읽는 내내 멈춰 서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는데요. 제목처럼 약간의 거리를 둠으로서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무릎 탁 치게 만드는 여러 조언을 담고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이 참 많은데, 이번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모아 모아 모아서, 종종 찾아뵐게요 :)
그럼 오늘도 모두 파이팅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