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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Oct 24. 2021

코로나 시대의 사랑 그리고 육아

2020년 4월 말에 쓴 글



4살 반 아이들에게도 격리, 바이러스, 사망자…라는 단어를 각인 시켜준 코로나. 

2020년은 전 인류에게 코로나19로 기억될것 같다. 그리고 2020년 3월 19일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이동금지령이 오늘 4주차를 꽉 채워간다. 아마 지금 추이대로라면 2-3주 쯤 연장하는건 기본일테고, 언제쯤 ‘예전같은’ 생활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아마 ‘예전같은’은 불가능할지도. 스페인 독감이 후, 아니면 페스트 이후 유럽인들은 이런 전염병이 이렇게 많은 죽음을 ‘설마’ ‘다시’ 가져올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의 실패한 초기 대응을 사회문화적인 혹은 정치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겠지만,  나에게 와닿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자연을 포함한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다는 제어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잘못된 믿음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해보게된다.


몇백 몇천 단위의 사망자 숫자가 아무렇지 않게 뉴스의 메인에 큰 폰트의 글자로 매일매일 올라오는 것에도 이제 익숙해져버렸다. 한국이 연일 백몇명의 확진자가 나온다고 엄청난 방역을 하는 뉴스를 보면서도 나조차 호들갑이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지금 우리가 장을 보러갈때 (한국에서 받은) 마스크와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있다.  2020이라는 SF스러운 시간과 저 지구 반대편의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만나 반대편 서유럽을 초토화시켰다.


이 시국에 임산부인 나는. 코로나에 감염될 것에 대한 불안보다 답답한 집안에서 이레와 하루종일 노는 것, 삼시세끼 먹는 것,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이 없는 것에 대한 짜증이 한번씩 폭발한다. 김도 계속 프로젝트가 있어 재택으로 일할 수 있고, 나도 간간히 보고서를 써서 보내며 소일거리를 하고 있고, 셋 다 너무나 건강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돈과 조그마하지만 안전한 집, 그리고 바람을 쐴 수 있는 작은 테라스까지 있는데도 그 소소한 시냇물같은 즐거움은 짜증의 파도 한번을 이기지 못한다. 2020년은 임산부의 전시상황 체험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와중에 둘째는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고, 유치원 안가고 엄마빠랑 24시간 합숙하는 이레는 마냥 행복하다. 그녀의 활기를 훔쳐오고 싶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걸 해본다. 이렇게 생각하니 아직 남은게 많은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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