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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Dec 09. 2022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우리는 질문 속에서 살고 있다.(소설 만세, 정용준)

"엄마 오늘 일찍 와?"


초등학교 4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이 아침마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 있게 "응, 일찍 와"라고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아이들은 실망한다.




해가 갈수록 많은 연구 모임들을 통해 내 것을 꺼내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금요일마다 하는 교육학 교수님과의 공부모임이 유일했다.

항상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되었고, 더 배우고 채워나가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논문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공부를 하려면 결국에는 영어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전문성이란 곧 글에서 나오게 됨을 깨달았다. 알고 있는 것, 생각하는 바를 글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책을 깊이 읽어야 함을 절감했다.


결국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공부할 시간을 얻기 위해 학습연구년제에 신청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


많은 것은 낮 시간 동안 할 수 있었다. 대학원 수업 준비, 논문 계획 수립, 영어 학원, 글쓰기, 책 읽기 등 시간을 쪼개가며 하루를 채워나갔고 나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대학원 수업은 학과 특성상 저녁에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대학원 수업, 금요일마다 교육학 교수님과의 공부는 늘 고정되어 있었다. 5일 중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는 날은 이틀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미 몇 년간 해오던 연구모임들에 올해 새롭게 생긴 공부모임까지 다른 선생님들과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모임이 꽤 많이 있었다. 비어있던 이틀도 늘 금방 차게 되었다.




"엄마는 왜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해?"

"우리보다 공부가 더 좋아?"

"주말에는 놀아 줄 거지?"

"엄마 언제 와?"


아이들은 매일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한다.

내 마음에 항상 부담으로 남아 있는 질문이다.


대신 올해는

많은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는 엄마의 미안함을

아침 등교만은 내가 책임지는 것으로 만회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우는 아침 시간이다.

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기 때의 모습과 똑같다.

살금살금 다가가 "현아~ 일어나야지~ 정아 일어나야지~"하고 부르며 아이들의 뺨에 입을 맞춘다.

"사랑해~"라고 말하면 그 귀여운 입으로 "응 나도 엄마 사랑해"라고 답한다.

살짝 잠을 깨워둔 다음 아침을 준비한다.

그러고는 다시 아이들의 방으로 들어가 비몽사몽 더 자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어줄까?"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들은 냉큼 몸을 일으켜 내 등에 기대고 나는 아이들을 고 식탁으로 데려간다.


이 시간만이

오롯이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사랑을 쏟는 시간이다.

매일 아침 이 한 시간으로

질문에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는 미안한 엄마의 마음을 갚아보고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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