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일찍 와?"
초등학교 4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이 아침마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 있게 "응, 일찍 와"라고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아이들은 실망한다.
해가 갈수록 많은 연구 모임들을 통해 내 것을 꺼내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를 채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금요일마다 하는 교육학 교수님과의 공부모임이 유일했다.
항상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되었고, 더 배우고 채워나가고 싶은 것들이 자꾸만 생겨났다.
논문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공부를 하려면 결국에는 영어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전문성이란 곧 글에서 나오게 됨을 깨달았다. 알고 있는 것, 생각하는 바를 글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책을 깊이 읽어야 함을 절감했다.
결국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고, 공부할 시간을 얻기 위해 학습연구년제에 신청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
많은 것은 낮 시간 동안 할 수 있었다. 대학원 수업 준비, 논문 계획 수립, 영어 학원, 글쓰기, 책 읽기 등 시간을 쪼개가며 하루를 채워나갔고 나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대학원 수업은 학과 특성상 저녁에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대학원 수업, 금요일마다 교육학 교수님과의 공부는 늘 고정되어 있었다. 5일 중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는 날은 이틀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미 몇 년간 해오던 연구모임들에 올해 새롭게 생긴 공부모임까지 다른 선생님들과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모임이 꽤 많이 있었다. 비어있던 이틀도 늘 금방 차게 되었다.
"엄마는 왜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해?"
"우리보다 공부가 더 좋아?"
"주말에는 놀아 줄 거지?"
"엄마 언제 와?"
아이들은 매일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한다.
내 마음에 항상 부담으로 남아 있는 질문이다.
대신 올해는
많은 질문들에 답하지 못하는 엄마의 미안함을
아침 등교만은 내가 책임지는 것으로 만회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우는 아침 시간이다.
자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기 때의 모습과 똑같다.
살금살금 다가가 "현아~ 일어나야지~ 정아 일어나야지~"하고 부르며 아이들의 뺨에 입을 맞춘다.
"사랑해~"라고 말하면 그 귀여운 입으로 "응 나도 엄마 사랑해"라고 답한다.
살짝 잠을 깨워둔 다음 아침을 준비한다.
그러고는 다시 아이들의 방으로 들어가 비몽사몽 더 자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업어줄까?"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들은 냉큼 몸을 일으켜 내 등에 기대고 나는 아이들을 업고 식탁으로 데려간다.
이 시간만이
오롯이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사랑을 쏟는 시간이다.
매일 아침 이 한 시간으로
질문에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는 미안한 엄마의 마음을 갚아보고자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