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이 되면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고 이렇게 김장을 하는 날은 잔치처럼 수육을 삶아 온 가족이 배부르게 먹는다. 김치와 수육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김장한 날 먹는 김치와 수육은 그중 최고라 할 수 있다.
올해 시댁은 11월 중순쯤에 배추가 생겨 이른 김장을 해야 했다. 배추는 뽑아서 가져오면 1주 내에는 김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는 그 주 토요일에 큰 시험이 있었고 그래서 어머님과 나는 일요일에 김장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뒤 남편이 김장 날짜를 미뤘다고 말했다. 도련님이, 형수 큰 시험 치고 힘들 텐데 바로 다음날은 좀 쉬어야 한다며 미루자고 하였단다. 결국 어머님은 며느리도 없이 김장을 하셨다.
이번 주말 아침에 친정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따 오후에 김장 김치 가져다 줄텐데 언제 시간 되느냐고. 평소에 내내 대학원이며 공부모임이며 다니며 바쁘게 보내는걸 아신 부모님이 올해는 김장하는 날에도 부르지 않은 것이다. 올해는 여동생네도 남동생네도 같이 하지 않고 엄마 혼자 김장을 하셨다. 그러고는 한사코 직접 김치 한 통과 수육 한 덩이를 가져다주시고는 훌쩍 가신다.
엄마가 주신 김장 김치와 수육을 먹으며 나를 배려해주는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댁 식구들의 마음, 친정 부모님의 마음, 모두가 너무 감사하고 미안했다. 자식으로서 항상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참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가족들에게 받은 이 많은 사랑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사랑에 보답하며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