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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Dec 19. 2022

회우

만남으로부터 생겨나는 내 삶의 변화

2015년, 육아 휴직 후 복직하여 고등학교로 첫 출근하던 나는 8년 후의 내 모습이 현재와 같은 모습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8년 전 내가 새로 발령받은 00 고등학교는 당시에는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선생님들께서 힘들어하는 곳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수업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고 그중 하나로 수업에 관심 있고 열정적인 교사들을 많이 초빙하여 교실 수업 개선이 자발적, 실제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셨다. 내가 가던 해에는 1학년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수업을 완전히 바꿔보고자 하셨고 나는 초빙교사는 아니었지만 운 좋게도 1학년 담임으로 배정되었다. 


그때 같은 학년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정말 수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다. 나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수업 방법들을 시도해 보셨고 진정으로 학생들이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수시로 배움, 교육, 협력 등에 관해 토론하셨다. 그 해 만난 선생님들 중 세 분이 현재의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분들이다. 이 세 분은 현재의 내 삶에 형성되어 있는 수많은 삶의 가지를 싹트게 하였다. 그래서 나는 항상 교사로서의 내 삶을 00고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그중 한 분은 진아 작가님*이다. 진아 작가님은 글쓰기의 가지를 싹트게 하였다. 나는 글쓰기를 매우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글 쓰는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은 많은 부분이 진아 작가님의 영향이다. 내 삶에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다. 진아 작가님을 통해 슬로우 리딩과 쓰담쓰담 6기에 참여하게 되었고 나는 요즘 매일 글을 쓴다. 이러다가 정말 언젠가는 책을 낼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한다.


또 한 분은 수업과 교육학 공부로의 가지를 싹트게 하였다. 그 선생님의 영향으로 교육학 이론에 바탕을 둔 수업 공부에 관심을 가지며 각종 연수와 공개 수업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그것이 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가지에 가지를 뻗어 결국에는 수석교사라는 엄청난 도전을 마주하게 하였다.


마지막 한 분은 이런 내 삶을 넓고 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때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 가치인지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항상 내가 보지 못하는 길을 보여주시고 많은 경험으로 이끌어 주셨다. 그 선생님으로 인해 나는 교사로서의 내 삶에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것은 항상 이 모든것을 이끌어주는 동력이 되었다. 




어떤 하나의 만남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진짜 알 수 없는 일이다. 수많은 만남이 모여 내 삶을 변화시켜나간다.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모르듯 그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갈지 모른다. 그 기대감이 나를 설레게 한다. 또 그리하여 나는 어떤 만남에도 소홀하지 않고 정성을 다한다.


내 삶을 변화시켜나갈 회우이다. 



* '엄마만으로 완벽했던 날들',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공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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