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 별장 스토리

by 시냇물

동해안의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석호 화진포에는 세 개의 별장이 있다.


건국 초기 격변의 현대역사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인 북한 김일성 주석, 우리나라 초대 이승만 대통령,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이다. 그만큼 이곳이 뛰어난 경승지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세 별장을 돌아보며 이 생각 저 생각 해보았다.


먼저 김일성 별장은 해수욕장 우단부 낮은 산 중턱에 북향으로 배치되었다. 일제 강점기 독일인 선교사가 지었으며 감일성은 1948년부터 전쟁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수시로 찾았다 한다.

이 별장은 이스라엘 마사다 요새의 해롯 왕의 궁전이 사해를 감제하듯이 동해와 호수를 내려보는 전경이 뛰어난 곳에 위치한다. 이 별장을 일명 ‘화진포의 성’이라 부른다는데 그 연유인가? 아닌것 같다. 별장의 외관이 유럽의 작은 성 같아 보여 붙인 것이 타당해 보인다.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이 6살 때 별장 입구에서 소련군 정치사령관 아들과 어깨동무하며 함께 찍은 사진이 이채롭다. 1942년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태어난 김정일이 아비 따라 귀국한 뒤 어린 시절 이곳에서 호강을 누렸는데 왠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권력 공고화를 위한 우상화 놀음이었다. 인민들을 속인 것이다.

이승만 별장은 김일성 별장 반대편 호수 초입 다리를 건너기 전 수변의 안택스러워 보이는 언덕에 있다. 휴전 후인 1954년에 검소하게 지었다한다. 아무리 ‘화진포의 성’ 위치가 뛰어나고 경관이 좋아도 적의 수괴가 쓰던 건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바다와 호수가 조망되는 단층 건물 내부에는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울창한 송림과 어울려 풍광이 아름답다. 제주도 구좌 국립목장 내에도 이승만 별장이 한 군데 더 있다고 한다.


이기붕 별장은 두 별장 중간지점인 현재 군 콘도 부근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사용하던 건물을 개수해서 사용했다. 눈여겨 찾지 않으면 숲에 가려 안 보인다.

이 대통령 별장보다는 작고 아담하다. 자신의 처지를 고려한 듯하다. 해방 이후 전쟁 이전까지는 북한군 간부들이 쓰던 곳이었다 한다.

세 별장 공히 구조나 크기, 비품은 매우 검소해 보인다. 하기야 70여 년 전과 지금을 동일한 기준으로 볼 수는 없지만... 풍수적 관점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휴가기간 잠시 쉬고 가는 임시 거처라서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자도 머리를 식히고 국리민복을 위한 에너지를 창출할 장소가 필요할진 데 요즘 선거판에 포퓰리즘 속에 대통령 별장이나 지자체장 공관들을 이상하게 바꾼다고 공약하고 실제 바뀌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하기야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불신을 받으면 그럴까?

이 세 별장들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돌아볼까? 권력자를 혐오하면서도 궁중 사극 같은 것을 즐기고, 그들의 행적에 대해 관심 갖는 우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기해하며 부러워할까? 화가 날까? 무덤덤할까?


권력이나 부귀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미래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욕망을 버리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니콜 키드먼의 경구가 가슴에 들어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