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에 진심인 고객
6월 28일 월요일
‘(주) @@ 사장님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는 모 교도소 1756번 수감자가 보낸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교도소에 들어왔으며 지금 얼마나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편지지와 연필도 얻어서 겨우 써서 보냈고 물 한병도 살 수 없어 너무나 힘들게 지낸다는 하소연들이다. 염치없지만 영치금을 넣어달라는 것.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행운의 편지’를 본 기분이다. 뭔가 해주지 않으면 찜찜하게 하루가 지나갈 것 같고, 원하는 대로 해주자니 뒤통수를 맞는 것 같기도 하다. 1756번 수감자는 여기가 카페를 하는 곳인지 스튜디오가 있는 곳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기업 이름이 리스트업 된 명단을 보고 무차별적으로 편지를 보낸 느낌이다.
읍내와 면에서는 여름, 겨울 두 번의 방학기간에 대학생들에게 알바 자리를 준다. 관공서와 지역아동센터의 학습 보조, 관광지 근무 등이 있는데 물론 가장 꿀보직은 관공서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다. 오늘은 접수 첫날, 이미 8명의 지원자가 서류를 접수했다. 모두 면사무소 근무를 선택했다고. 총 14명을 뽑으며, 그중 4명만 면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니, 선출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대학생이 된 큰딸 서류를 접수하러 간 포토 박은 배치 선정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물어보았다. 추첨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면사무소 근무는 남학생 위주로 뽑는다고 덧붙인 말에 ‘이미 공정하지 않다’며 눈을 부라리고 왔다고 씩씩대며 내게 전해주었다.
6월 29일 화요일
어제 오후 2시간가량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비상문 틈으로 물이 들이쳐 화장실 앞 카펫까지 흘러들었다. 지난여름에도 있었던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범과 함께 비상문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자체가 노화되어 외장재가 떨어져 나갈까 말까 하는 상태이다. 문 주변 실리콘도 틈이 벌어져있다. 작년부터 건물주에게 얘기를 했으나, 물론 건물주는 세입자가 불편하든 말든 듣는 척도 안 했다. 임시처방으로 실리콘을 떼어내고 다시 한번 붙여보기로 했다.
적립과 포인트에 민감한 손님이 등장했다. 단체로 와서 3-4만 원의 음료를 마시고 적립을 하는 홍은 오늘도 4만 원어치의 음료를 주문하고 현금영수증을 발행하고 영수증을 챙겼다. 자신의 주문내역과 적립 포인트를 살펴보던 홍은 오늘자 주문에 대한 적립이 안되었는데 왜 그런지 물어보았다. 할인을 적용하다 보면 50원 100원 정도가 나올 때가 있는데, 나는 그 우수리 돈을 회원 포인트에서 제하고 천 원 단위로 계산해서 거스름을 주곤 했다. 대부분 카드로 계산을 하고 현금으로 할 경우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머리로 계산하기 편하라고 내가 수를 쓴 건데, 그걸 설에게도 설파를 했더니, 오늘 계산할 때 우수리 50원을 포인트로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만 현금으로 받았던 것이다. 한 가지 내가 알려주지 않았던 것, 혹은 내가 간과하고 넘어간 사실은, 포인트를 쓰면 그때 결제금액은 적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홍이 결재한 4만 원의 5%인 2000원이 적립되지 않고, 원래 있던 포인트에서 50원이 결재되었다. 잠깐 나도 잊고 있었던 거였는데, 이렇게 포인트에 진심인 젊은 고객이 오니 퍼뜩 생각이 났다. 결국 2000원을 적립해주면 되는 거였지만, 주문 음료 중 잘못 계산을 해서 1500원을 덜 받았기 때문에 서로 퉁치기로 하고 떠나보냈다. 그렇게 보내고 보니, 몇 백 원에 민감한 고객 입장에서는 덜 받은 500원이 생각날 것 같았다. 500원을 적립해주고, 적립이 되었다고 문자로 알려주었다.
6월 30일 수요일
오전 11시 즈음, 카페를 지그시 응시하며 길을 가는 미스터리 x를 발견했다.
사회적 기업가 페스티벌에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 우수자로 선정되어 민감독이 상장을 받고 꽃을 받았다. 50만 원의 상금은 덤.
7월 1일 목요일
설은 요즘 30분 일찍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하는 중이다. 그래서 기존 오픈 시간인 10시가 되기 훨씬 전에 카페 문은 활짝 열려있다. 아침마다 밤새 들어온 날파리들과 테이블에 남은 음료 자국들을 없애면서 환기를 시키기 때문이다. 읍내 외곽에 위치해 있으며 바로 근처에 큰 기름 공장이 있어서 탱크로리 같은 큰 화물차가 바로 길 건너편 도로가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일찍 문을 연 덕분인지, 화물차 운전자분들이 모닝커피를 마시고 갔다며, 매일 아침 ‘여기 문 열렸어요~’라고 말하듯이 유리문을 활짝 열어둬야겠다고 설이 기쁘게 말했다.
취직을 해서 2주간 모임을 못 나온 재봉 회원 재가 다시 돌아왔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회계 자리로 들어갔는데, 입대위(입주자 대표 위원)가 넘겨주는 갖은 잡일을 하다가 지쳐서 뛰쳐나왔다. 이미 그 자리를 짧게 거쳐간 사람들이 많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겠다. 본인은 일자리를 잃어버려 아쉽겠지만, 다시 회원이 돌아와서 나는 기쁘다.
황선생과 설계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집 설계를 시작했다.
7월 2일 금요일
작은 집 공사를 의뢰받아 일을 시작한 황선생이 6잔 테이크 아웃을 주문하면서 첫 매출을 올려주었다. 설이 손에 꼽는 잘생긴 회원 두 사람 중 한 명인 준이 와서 자몽에이드를 가져갔다. 며칠 전 회원으로 가입한 그는 매일 와서 도장 깨기 하듯 카페 메뉴를 하나하나 섭렵하고 있는 중이라고. 요즘 마스크 때문에 눈만 보고 사람 얼굴을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중에 코로나가 정말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을 때, 맨 얼굴의 준을 보고 놀라는 일이 ‘혹시나’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학생 여름 알바 자리를 놓고 추첨을 한다고 하여 아직 서울에 있는 딸을 대신해 포토박이 갔다. 총 14명 지원, 갈 수 있는 자리는 12명. 탁구공 같은 뽑기 공으로 추첨을 했는데, 마지막 턱걸이로 뽑혀서 관광지 알바 자리로 가게 되었다. 관광지 알바를 하러 가기 위해서는 집에서 30분 거리 출퇴근을 해야 한다. 아침마다 태워다 주고 저녁에 데려와야 하는, 이것은 아빠 알바인가, 딸 알바인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게 생겼다.
마카롱을 만드는 틈틈이 들어오는 손님들 음료를 만들고, 마지막 쿠키가 팔림과 동시에 냉동실에 있던 반죽을 꺼내 굽고, 요즘 왜 스콘을 만들지 않느냐는 단골의 한마디에 밀가루를 꺼내 스콘 반죽을 하고 구웠다. 카페는 여름 장사가 잘 된다 하던데 드디어 우리 카페에도 성수기가 오려나. 하루 종일 앉을 틈 없이 서성댔다.
7월 3일 토요일
어제까지 매출이 좀 된다 싶어 일기를 썼더니만, 금세 입방정 같은 글 방정 효과가 나오고 있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손님은 발이 끊겼다. 주말을 대비하여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놓고 나니 나른한 정오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