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더위, 휴가는 카페에서
8월 1일 일요일
어제 집에 있던 포토박과 큰딸은 극한의 폭염을 경험하고, 오늘은 기필코 에어컨 있는 카페로 가서 시원하게 있고 싶다 하여 함께 출근했다.
일요일 오전 근무는 정말 오랜만. 지문인식으로 보안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유리문을 열었다. 왼쪽 유리문이 열리면 오른쪽 유리문은 잠겨져 있어야 하는데, 열려 있었다. 설이 어제저녁 퇴근하면서 한쪽 유리문을 잠그지 않고 보안장치만 닫아놓은 것 같다. 게다가 포스기 마감도 되어 있지 않아서 어제 장부를 마감하고 오늘자 시재금을 등록했다. 설거지 건조대에는 탬핑판과 커피 찌꺼기 통만 남아있고 다른 컵들은 하나도 없었다. 우유 스팀 닦는 행주와 커피 닦는 행주도 빨아서 따뜻한 커피머신 위에 널어져 있었다. 매번 설거지 건조대에 한가득 있던 유리잔과 커피잔이 없어서, 왔다 갔다 하며 제자리에 갖다 놓는 수고는 덜었다. 어제 손님이 그만큼 없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마감자가 설이어서 미리 정리를 하고 갔을 수도 있겠다.
성이 와서 늘 마시는 바닐라 카페라테를 가지고 갔고, 읍내로 나들이 나온 아저씨 두 사람이 차를 마셨으며, 단의 가족들이 와서 딸 생일 주간을 맞아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 가지고 와 함께 나눠 먹었다.
점심으로 먹으려고 지난 금요일 인기 빵집에서 예약하여 사다둔 치아바타와 치즈를 꺼냈다. 계란 프라이를 하고 빵을 반으로 잘라 양쪽 면에 케첩과 머스터드를 바르고, 계란, 치즈, 햄, 토마토를 올려 3개의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포토 박은 황선생과 점심을 먹으러 가서 포토박 몫으로 만든 빵을 단의 가족에게 나눠주었다. 곧이어 카페에 정과 숙, 최가 들어왔다. 단의 테이블에 있던 빵을 보고 정이 관심을 보였다. 큰딸에게 주고 남은 것은 4조각뿐. 내 점심으로 한 조각을 먹으며 나머지 3조각을 정과 친구들에게 양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했다. 얼굴을 아는 찐 단골이다 보니 입을 싹 닦아버릴 수 없어 나머지를 맛보라며 주었다. 4조각을 다 먹었으면 배는 좀 불렀겠지만, 맘은 편하지 않았을 것 같다.
관광지 근처 메밀 집으로 황선생과 함께 점심을 먹고 온 포토 박은 몰려온 관광객들 때문에 번호표를 받아 기다렸다가 먹고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바야흐로 휴가시즌이며 카페에는 어디로 가지 못한 읍내 단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요일마다 모인다는 통기타 동아리 모임도 직관했다. 모임 시간은 4시였지만, 몇몇 회원들은 미리 와서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한차례 손님들이 몰려들었던 3시를 지나자 카페는 그들이 내는 어설픈 기타 소리로 가득 찼다. 일요일마다 스튜디오 한쪽 공간에서 모임을 했을 텐데, 오늘은 포토박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섣불리 들어가지는 못하고 카페 공간 두 테이블에 나누어 자리를 잡고 기타를 튕기는 중이다. 식빵에 단호박 퓌레를 발라서 간식으로 먹으며 나에게도 한 조각 주었지만, 그건 오후 출근할 설에게 주려고 남겨두었다.
퇴근한 후, 저녁 8시 무렵 설에게 전화가 왔다. 커피머신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내가 마지막 우유 스팀을 할 때 소리가 좀 이상하긴 했다. 본인도 우유 스팀이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이제 커피 내리는 것까지도 이상해졌다는 것이다. 압력 계기판 중 오른쪽은 1, 왼쪽은 4를 가리키며 부채꼴 모양을 이루는 것이 정상인데, 한쪽이 0에 가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내용을 말해봐야 기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혀 소용이 없으니 종업원 최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다. 상중이라 전화하기가 좀 꺼렸던 모양이다. 이미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났으니 전화하는 건 괜찮을 거라 했다. 한 시간이 지난 뒤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보니 잘 해결이 된 모양이다. 기계 전원 중 하나가 꺼져있었단다. 나 말고 일한 사람이 없으니 범인은 바로 나!
이마와 오른쪽 볼 주변에 땀띠가 났다.
8월 2일 월요일
오늘은 오후 근무를 해야 해서 정말 오랜만에 오전 내내 집에 있었다. 뒹굴뒹굴 거리며 놀고 싶었으나, 물때 낀 화장실 바닥 청소를 했고 막내딸이 초등을 졸업하면 나도 졸업하게 될 흰머리 셀프 염색을 했으며 빨래를 널고 잠깐 낮잠을 잤다. 그러다 보니 출근할 시간이 되었다. 휴식의 시간은 너무 짧다.
이틀 동안 고생한 설에게 줄 회사 차원의 선물로 복숭아 한 박스를 구입했다. 생과일 메뉴 때문에 구입해놓았던 토마토가 냉장고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늙어져서 새로 한 박스를 사서 설과 범에게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주문도 별로 없고 과일 보관도 어려운데 생과일 메뉴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초콜릿 케이크를 만드는 동안 설은 팥을 삶았다. 팥빙수 셰이크가 제법 많이 나가서 재료 준비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진다. 여자 셋 손님이 들어와서 사진에 대해 물어보았다. 마침 나랑 함께 출근해 있던 포토박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한 컷 당 15만 원이라는 가격을 듣고는 ‘헉’ 소리를 내며 얌전히 카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관광지 사진관처럼 몇 만 원짜리 기념사진을 생각한 모양이다.
도자기를 굽는 류가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며 절룩거리며 카페로 들어와, 그의 클래식 연주 모임팀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며 대관료를 문의했다. 기본적으로 정해놓은 장소 대여료는 전체 대관이 15만 원이며 스튜디오 쪽 절반 대여는 7만 5천 원인데, 공연이니 전체 대관에 해당되겠다며, 관객들이 음료를 사 먹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말 저녁 시간을 공연팀이 차지하면 그만큼 일반 손님들을 받을 수 없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 대관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읍내 사람들은 장소에 돈을 그렇게 쓴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음료를 사 먹어줄 테니 조금 깎아달라는 뉘앙스를 내비쳤지만, 내가 혼자 함부로 깎을 수는 없는 것이고, 사실 그렇게 하기도 싫었다. 오히려 민감독이 있었다면 인심 좋게 10만 원이라 불렀을 수도 있고 그냥 빌려줬을 수도 있을 듯하다. 어쨌든 공연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코로나 상황에 달려있을 것이다.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저녁 8시 넘어 민감독과 종업원 최가 돌아왔다. 10시까지 근무할 계획이었으나 마감은 자신들이 하겠다고 해서 바로 퇴근했다.
오늘부터 새로운 루틴 하나를 추가했다. 하루 한 번 ‘입트영’ 영어 낭독 녹음 인증 챌린지를 시작한다. 미래의 배낭여행을 위한 영어 향상 프로젝트다.
8월 3일 화요일
매달 세무 회계는 친언니의 도움으로 어찌어찌하고 있고 연말 결산할 때 언니가 아는 세무사에 저렴하게 돈을 주고 맡겼었다. 그런데 그 세무사가 이제 우리 일은 못하겠다고 연락이 왔단다. 큰 세무사에서 우리처럼 작은 기업의 일은 푼돈밖에 안 되겠지. 똑같이 품은 들어가는 일인데 말이다. 바쁘니 잔챙이는 꺼지라는 느낌이 든다. 지역 세무사를 알아봐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있을지 걱정이다.
8월 4일 수요일
주말 오후 근무를 해준 설에게 이번 달에 이틀을 쉬라고 했다. 오늘이 그 첫 번째 쉬는 날이다.
지난달 수입 지출 부분을 정리하였다. 카페 포스기에 있는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니 음료 외에는 할인을 해주지 않아야 하는데, 실수로 베이커리나 맥주에서 할인이 되어있었다. 베이커리는 6,400원 맥주는 10,800원이 할인되었다. 이번 달 총 음료 할인 금액이 40만 원이 넘는 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금액이지만, 그렇게 실수로 쌓아준 포인트가 나중에 노동력과 재료를 무상으로 제공해줘야 하는 일이 된다. 돈도 안되고 힘만 드는 일. 그래서 매일매일 전날 영수증을 분석하여 잘못 계산된 부분은 해당 손님 포인트에서 빼기로 혼자 맘먹었다. 어제 영수증을 확인하다가 케이크 계산에서 400원이 할인된 것을 발견하고 그 손님의 포인트에서 400원을 차감했다.
8월 5일 목요일
황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오전에 매번 황의 주문을 받았던 설이 ‘저분은 큰 잔에 샷 추가해서 마신다’고 얘기를 해서 한 샷 추가해서 큰 컵에 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보았고 그러라고 해서 그렇게 건네주었다.
둘째 딸 친구 엄마 숙이 왔다. 2차 예방접종을 맞았는데 이틀 동안 너무 아팠다는 얘기를 했다. 1차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2차는 또 다르다는 얘기다. 나는 2주 뒤 1차 접종이다.
노인 대면 봉사일을 하고 있는 양이 복지회관 직원들에게 커피와 케이크를 배달해달라고 주문을 해주었다. 배달을 해주는 카페는 아니지만 자주 이용하는 단골의 부탁이므로 내가 직접 배달을 하고 왔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또 다른 후보자가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포토박과 상담을 했다. 내일 촬영하기로 했다.
집이 햇빛에 녹아내릴 것 같다. 에어컨 없이 지내는 마지막 해가 참 견디기 힘들다. 나야 에어컨 있는 카페에 있어 저녁 더위만 참으면 되지만, 방학이라 집에만 있는 막내딸이 이곳저곳 땀띠가 나도록 고생하고 있다. 게다가 게임한다고 켜놓은 컴퓨터에서 열기를 더 부채질하고 있으니. 내일은 시원한 카페로 나가자고 했다.
8월 6일 금요일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프로필 사진 촬영을 오전에 진행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4컷을 골랐고, 몇 가지 더 추가한 사진들을 작업해서 곧 넘겨주기로 했다. 지난번 옥보다 한 컷 더 선택해서 매출이 더 늘었다. 선거 출마자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 그나저나 사진을 찍어준 사람들이 선거에서 당선이 되어야 할 텐데. 그래야 사진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출마자들이 줄을 설 텐데 말이다.
황이 와서 큰 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서 한 샷만 넣어달라고 했다. 어제 너무 진해서 다 먹지를 못했다고 약하게 해달라 했다. 3샷 넣은 커피를 그렇게 즐겨 마시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요즈음 뜸한 단골 장이 전화로 커피 배달을 주문해왔다. 카페 퇴근하는 길에 잠시 들러 아메리카노를 건네주었다.
8월 7일 토요일
뚫은 지 한참 된 귓불에 염증이 난 채 아르바이트하러 내려온 큰딸이 상태가 괜찮은지 보러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귀걸이 때문에 생긴 염증은 과연 어느 과를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피부과 대신 이비인후과로 갔다. 약 먹고 고쳐보겠다고 몇 주를 지냈는데, 심하게 탈 난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사진 수업비로 결제를 했지만, 사진 수강을 하지 못하게 되어 대신 카페 포인트로 잔뜩 올려놓았던 손님이 있었다. 40만 원이 넘는 포인트가 있던 그는 가끔 와서 차 몇 잔씩 먹고 갔는데, 어마어마한 포인트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그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10명의 청년들을 데리고 와서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직접 매출이 나면 조금 신이 나겠지만, 빚 진거 갚는 느낌이 되니 힘 빠지는 노동이 되었다. 정신없이 10잔을 만들어서 모두 배달이 되고 나서야 교대자 종업원이 도착했다. 문득, 오전에 단골손님 정에게 주었던 팥빙수 셰이크에 아이스크림이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체로 설계를 하기 전, 황선생과 막바지 평면 조율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