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병동
사근동에는 구름다리가 있다.
유리통로가 이어지는 구름다리는 쌀쌀한 날에도 햇빛이 가득 들어와 건너가는 길이 따뜻했다.
주차장이 발 아래로 보이는 그 구름다리 끝에 닿으면,
고칠 수 없는 병을 얻은 사람들이 재활 치료를 받고,
여전히 실험적인 치료를 희망하며 찾아오는 곳이 있었다.
큰아이 낳을 때도 그 구름다리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첫아이 진통이 시작 됐을 때,
택시를 타고 네가 있는 사근동으로 달려갔었다.
난산 끝에 결국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냈고,
초산의 어리숙함에 어떻게 퇴원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둘째를 낳고 퇴원할 땐 분명히 그 구름다리가 있었다.
나는 갓 태어난 둘째 아이를 꼭 안고,
너는 그런 나를 꼭 안고,
초겨울 그 구름다리를 함께 건넜다.
우리는 여전히 어렸지만 제법 부모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때도 햇살은 따뜻했다.
셋째를 낳고도 우리 둘은 그 구름다리를 함께 건넜다.
팔뚝만한 막둥이와 셋이 그 구름다리를 건너며,
집에서 엄마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큰놈들에게 돌아가는 길을 서둘렀다.
그때도 겨울 햇살이 따뜻했다.
네가 병을 얻고 우리는 다시 그 구름다리를 건넜다.
이제는 치료법을 찾아,
젊은 가장의 희망을 쫓으며 건너던 길이었다.
나는 지팡이를 짚은 너의 다른 쪽 팔을 꼭 붙잡고 걸었다.
그러다 발목보장구 처방을 받으러 갈 땐 휠체어 탄 너를 힘껏 밀고 넘어갔다.
그때도 햇살은 따뜻했다.
결국 너는 그 구름다리를 혼자 건너버렸다.
그 구름다리 아래, 우리만 남았다.
그래도 햇살은 가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