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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EZ Jul 28. 2023

8. 대상은 하나, 별명은 여러 개

절의 여러 가지 이름


“엄마, 나 절에 갔다 올게”

종이에 고상한 말로 사찰(寺刹)이라고 적었지만, 실생활에서는 사찰이라는 명칭보다는 ㅇㅇ사라는 직접적인 사찰 이름이나 ‘절’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기다 산사, 사원, 가람, 암자 등등의 수많은 명칭이 있어 처음 가는 사람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말할 때 제일 많이 쓰는 ‘절’이라는 명칭은 순우리말이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향과 절이 같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절이라는 인사의 형식이 한반도에는 없는 형태라 절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하는 예배 공간도 절이라고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것이 맞다면, 1700년이나 된 한국 불교와 함께 절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은 꽤 오랜 기간 살아남은 셈이다.


사찰이란 명칭은 한자이다. 이름을 두 글자로 짓는 것이 보편적인 한국답게 대부분의 공식 문서에는 ‘절’보다는 ‘사찰‘이라는 명칭이 더 많아 보인다. 사찰(寺刹)이란 말은 한자어답게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다. 인도의 승려 가섭마등과 축법란이 후한의 명제시대에 수도 낙양에 도착했다. 당시 후한에선 이들을 사신의 예로 대해 홍로시라는 영빈관에 모셨다. 이들은 그 홍로시에 눌러앉아 그곳의 이름을 자신들이 타고 온 백마의 이름을 따 ‘백마사’로 바꾼다. 이로써 한자 시(寺)는 절을 뜻하는 ‘사’라는 음을 동시에 갖게 되었고, 절은 ’ㅇㅇ사‘라는 간판을 갖게 되었다. ’ 찰‘이란 음절은 신성한 공간 앞에 두는 국기게양대 같은 시설인 ’찰간‘에서 유래했다. 사찰은 사원으로도 부르기도 한다. 도심에 두는 절은 궁궐과 같이 주위에 담장을 둘러 공간을 나누는데 그 담장을 ‘원’이라 부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단어는 ‘가람’이었다. 가람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순우리말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사실 ‘승가람마(僧伽藍摩)’라는 한자어의 줄임이다. 승가람마의 원어는 Sangharama (Sanskrit: संघराम Saṃgharāma)라는 인도발 산스크리트어로 사문(불교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사람)을 뜻하는 Sangha와 집을 뜻하는 Arama의 합성어이다. 즉, 공동체 생활을 하는 비구들이 모여사는 집이라는 의미이다. 지금도 2글자가 넘어가면 축약을 하는 한민족의 특성답게 당시에도 사원을 뜻하는 승가람마라는 단어가 길었는지 가람이라는 두 글자로 축약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지만, 절이나 사찰처럼 대중적으로 쓰이진 않는다.

또한 도량(道場)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는 의미이다. 즉 구체적으로는 부다가야의 보리수나무 아래 금강좌를 가르키는데, 한국에서 도량의 의미는 불도를 수행하는 곳 혹은 불도를 수행하는 것을 모두 읽컫는 말이 되어 사찰을 뜻하기도 하고 사찰에서 행하는 행사와 의식들을 통틀어 말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찰에 가면 암자가 있다. 암자는 원래 풀로 엮은 작은 집이라는 의미지만, 큰 사찰의 부속사찰 (feat, 분점)을 암자라고 한다. 대체로 큰 산에 가면 하나의 큰 절이 있고 그 주변에 부속으로 작은 크기의 암자들이 몇 개 있다. 해인사나 송광사, 통도사정도의 본사찰이면 그 산에만 몇 개의 암자가 있고, 또한 말사(feat. 직영가맹점)라고 불리는 본사에 소속된 절도 여러 개 있다. 암자의 경우도 ㅇㅇ사라는 이름을 쓰고 대웅전등 불상을 모신 전각들이 있지만, 대체로 규모가 작고 범종각 등 사물을 전부 놓을 수 있는 전각이 없거나 천왕문이 없는 등 우리가 익숙한 구조들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조계종 사찰이라 비구와 비구니가 한 사찰에 있을 수 없어 암자를 둬 공간을 분리해 놓은 경우도 있다.

ㅇㅇ정사나 ㅇㅇ선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경우도 불교와 관련이 있다. 정사(精舍)의 경우는 붓다가 살아있을 때 최초의 절인 죽림정사(竹林精舍)에서 유래했다. 붓다 당시 비구들은 유랑생활을 했다. 인도의 기후적 특성을 반영해 당시는 숙소는 비를 피할 움막과 수행을 할 뜰이 있어 잠시 머물며 수행을 할 공간이었는데 최초의 절인 죽림정사가 그런 곳이었다. 따라서 현재 한국불교에서 잠시 머물며 수행을 하는 공간을 높여 정사라고 부르다. 선원(禪院)의 경우는 큰 절에 있는 별채를 뜻한다고 하는 설도 있지만, 달마대사의 맥을 이은 선불교가 주축을 이루는 한국불교의 특성상 ‘참선’을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부르고 적는 이름이 여러 가지라 간혹 혼선이 올 경우도 많다. 사람의 경우 보통 두자로 짓지만 간혹 가족끼리 부르는 애칭이 따로 있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부르는 별명이나 IT회사의 영어이름, SNS의 계정에서 자신이 부여한 이름등 다르지만 전부 나라는 사람을 일컫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약 1700년간 한반도에서 생존해 온 불교의 별칭은 오히려 적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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