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갈대가 아름답다. 29
도시락
초등학교 때,
점심시간이었다.
운동장에 달려 있는 스피커가
요란스러웠다.
.
학교 옆 연근 밭 주인이
학생을 찾아내라며 왔다고,
어제 자기 밭 연뿌리를 서리해 갔다고,
나는 도시락 뚜껑을 열다가 얼른 닫았다.
연갈색 연근 조림이 반찬 한쪽에 반짝이고 있었다.
어제, 동생이
연근을 어머니에게 주는 걸 보았었다.
도시락을 먹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집에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날 아무 일이 없었으니까.
초등학교 4, 5 학년 쯤이었다고 기억된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옆에
꽤 큰 연근 밭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