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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연 Mar 07. 2023

‘ㄹ’이 사라진 밤 - 길랭바레 증후군 앓는 M에게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1

나는 다가가는 안녕이고 너는 멀어지는 안녕이다   

잠든 너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의 얼굴은 변해 가는 중이다


오후다 오후에 머물러만 있는 오후다

너는 오후의 언덕을 바라보고 나는 오후의 언덕을 바라보는 너를 바라본다


더는 없는 숲과 정오의 새를 그리워하며 

단문의 보폭으로 서성이던 구름들


우리는 모으려고 할수록 흩어지는 목소리였지


야옹하며 울던 고양이를 찾아 야옹하고 우는 고양이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맴돌았지


2

그 너머의 들판 그 너머의 나무 그 너머의 새와 그 너머의 숲으로 옮겨 가는 너의 속삭임들


‘ㄹ’이 사라진 밤 

룰루는 울우하다


바다의 말은 어렴풋하고 Vague 모호하다 vague*


아무도 읽지 못한 파도가 가고 아직 쓰지 못한 파도는 오지 않은 채로 

너의 눈 속에서 자꾸 눈꺼풀이 감기는 우리의 바다를 바라만 본다




*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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