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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연 Mar 07. 2023

상자 안의 어둠과 밖의 어둠은 차이가 없다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상자 안의 밤은 작고 희다 


어느 날은 내가 울고 어느 날은 네가 운다 어느 날은 네가 남겨지고 어느 날은 내가 남겨진다


너는 네 모습을 잃어 가고 나는 내 모습을 잃어 간다 잃어도 잃어도 남겨진 몇 조각이 서로를 추억한다 이 빠진 낱말들로 같은 문장을 되풀이한다 


어느 날은 허리가 아프고 어느 날은 머리가 아프다가 어느 날은 다리가 아프다 


무언가가 비인칭의 풀밭에 엎드려 비인칭의 비를 맞는다

무언가가 긴긴 강변을 따라 긴긴 어둠인 듯 일렁인다


눈을 감은 모든 것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린다


없는 번호를 누르며 없는 이에게로 다가가면서 지친 개를 끌어안고 하품을 한다 앉았다 일어선다


창밖으로 루핑 되는 눈이 흩날린다 딱새가 운다 바람은 죽은 나무에 기대 시든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의 잠 속을 배회한다


담벼락은 고양이를 불러들이고 고양이는 고양이를 불러들인다

무리에서 빠져나오는 꼬리가 있고 앞발을 모은 배고픈 울음이 있다 


무엇이 더 남았을까?

나는 웅크린 상자 속에서 웅크리기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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