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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연 Mar 07. 2023

너의 마침표 속에서 탱자꽃으로 필때

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1

너를 바라보는 내 눈은 슬픔에 잠기지만

너의 꽃은 웃고 있어


이름만 남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자꾸 탱자꽃 향기가 내 몸에서 뿜어져 나왔지* 


나는 네가 마침내 쓴 봄이었고

너는 내가 마침내 쓴 밤이었지


2

손을 마주 잡고도 넘길 수 없는 이 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마침표를 찍었을 때 

날아가 버린 너의 새들이


너의 곁으로 돌아와

말 없는 너의 말을 전해 주고 있어


3

더 작은 목소리

더 작은 목소리로 너의 말을 옮겨 적는 동안


가깝지만 아주 먼 곳으로

멀지만 아주 가까운 곳으로 


너는 흘러가고 있어

달은 반음 낮아지고 있어


4

어느덧

가장 조용한 계절이 와서


모자 속에 말을 넣어 두고

입 꾹 다문 너의 구름들과 산책을 나서지
 
 



*송유미 「탱자의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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