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지붕 위에 앉아 새털구름을 짰어
일곱 마리 양들과 겉뜨기 안뜨기 바람을 짰어
낡은 스웨터로 새 스웨터를 짜는 동안 눈코입은 자꾸만 엉클어졌지
다시 눈 다시 비 다시 눈으로 다시 뜬 하루였어
모두 어디로 사라졌지? 길고 긴 겨울이었는데 담요 속에 새들은 펄럭거렸는데 나는 둥실 떠올랐는데 그만 털실을 놓쳤는데 길고 긴 꿈이었어?
한 뭉치 두 뭉치 털실을 쫓아 굴러간 늙은 고양이는 말이야
저 구름과 뭉쳐진 것 같아
괜찮아 괜찮아 올 풀린 구름도 뒤엉킨 바람도 괜찮아
편물의 잠 속에서
매듭 없는 날과 달을 되감으며
너와 나 두 개의 모자에서 하나의 목도리로
다시 뜨이고 있으니까
앙상한 내 시곗바늘은 째깍이며
무지개를 다시 짜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