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좌우와 발목 돌리기, 두 손깍지 끼고 위로 앞으로 스트레칭, 등허리 굽었다 펴는 맨손체조로 몸풀기 끝에 심호흡과 함께 임시로 그어진 스타트 라인에 선 두 선수는 왼손은 이마 위로, 오른손은 허리 뒤로 돌리며 몸을 사선으로 만들어 전방을 주시한 채 출발신호를 기다립니다.
"삐익~!!!" 호각소리와 함께
출발~!!!!!!!!!!!!!!!!!!!!!
뛰는 두 선수 앞뒤로 차량이 붙는데... 앞엔 경찰의 패트롤카처럼 교통정리 및 호위를 하면서 간헐적으로 경적을 울립니다. "빠~앙!!! 빵빵!!! 빠~앙!!! 빵빵!!"(1991년 시골의 한적한 도로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뒤로 승용차 두 대에는 제게 돈을 건(각 1만 원~2만 원 합 : 10만 원 배팅) 동호인들의 응원 소리 뒤로 또 선글라스 낀 의문의 사내들 탄 차가 따르니 그 모습은 뛰는 선수 달랑 둘에 앞에 경적 울리는 르망 뒤로 승용차 셋이 나란히 서행하며 가는 모양이 됩니다. ㅎㅎ
죽음의 레이스!...
평생 이런 경험 다시 하기나 할까? 완주(?)하며 땅바닥에 쓰러진 순간 나도 모르게 터지는 기쁨의 눈물이 두 뺨으로 흘러내리자 불과 몇십 분 전에 벌어졌던 일들이 되돌려 보는 영화의 필름처럼 촤르르르륵~~~ 돌아갑니다.
첫출발은 가뿐하게 앞서 나가며... 뭐... 복식호흡 어쩌고, 저쩌고,,, 어디서 귀동냥으로 주어 들은 얘기를 상기하면서... "흡~흡~ 훅! 훅!" 이렇게 하면 호흡도 훨씬 수월하고 발 박자도 잘 맞고 좋아 좋아~!!
얼마나 뛰었을까?
'음... 이 정도 속도면 뒤따라오는 형은 까마득하겠지?'
'어딜 감히 방위 주제에... 쯧... 까불고 있어~~~'
'어디~ 한 번 돌아볼까?' 쓰윽~ '허걱~'
'으~헉!!!...' 바로 뒤에 저승사자처럼 따라오는 그 형...
나 원~ 살다 살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은 처음 보았습니다. 무표정 탈을 쓴 거처럼 아무런 동요도 없이 저의 뒤통수만 노려본 채 묵묵히 따라붙으면서... 착! 착! 착! 착!----
'옴마야~!!!' 놀라서 속도를 내어 뛰다가 이 정도면 간격이 벌어졌겠지 하고 돌아보면 바로 뒤 똑같은 위치에서 같은 모습으로 착! 착! 착! 착!,,, 몇 번을 그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서운 작전! 난 그때 마라톤에도 치밀한 계획 하에 달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순간 날 제칠 수도 있었지만 일정 간격 유지하며 뒤만 따라오는, 나름대로 그 형의 주도면밀한 작전이었습니다.
아! 마라톤 너무 힘들었습니다. 난 그때 내 삶에 공포의 종류를 하나 더 추가하였고 그 공포 대상이 사람이라는 것 죽어라 달리면서 알았습니다. 앞서가면서도 쓰러지고 싶은 마음 일렁이었고 정말 너무 힘들어서 속으로 '엉엉~' 울면서 뛰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는지...
'미쳤지... 내가 죽으려고 이 짓을 하는구먼... 좋은 시절도 없이 아내 호강 한 번 못 시켜주고 생과부를 만드네에~'
정말 내기로 걸은 금액이 제 돈이었더라면 진즉 포기했을 텐데 그래도 날 믿고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저기 따라오는 뒤차에 있다는 것이 포기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