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긴 장마다.
비가 그치면 곧바로 폭염이 이어지고 또다시 비가 시작되고 이렇게 반복되길 벌써 한 달이 넘었으니 유례없는 일이다.
주말마다 다니는 둘레길에 무성히 숲을 이룬 나무들도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을 기대하면서 숨쉬기도 어려운 모습으로 나뭇잎마다 풀이 죽어 있다.
둘레길 초입에 있는 작은 절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작은 계단을 올라 큰 불상 앞에서 서서 합장을 한다.
귓전에서 더 크게 들려오는 독경소리가 반야심경인지 천수경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을 더 심오한 곳으로 이끈다. 아마 이런 느낌은 예배당에 들어가면 들려오는 찬송가에 영혼이 씻기는 듯한 그런 기분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마음이 한결 정화되는 것 같다.
나는 믿는 종교는 없지만 심적으로 나에게 위안을 주는 우상 같은 존재가 불상이든 마리아상이든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경건한 마음으로 합장하면서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15년 전부터 다녔던 둘레길이고 그때는 계단아래서 합장과 목례만 하고 다녔는데 정성이 부족하다고 하여 불전함에 작은 정성을 담아 바친 지도 10년이 다 돼 간다.
오늘은 무엇을 빌었을까?
오래전에는 나와 가족의 안녕과 회사의 발전, 테니스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챙겨주는 정도였고, 또 은근히 잘 살게 해 달라는 속물근성도 담은 기도였는데 오늘은 다르다. 앞으로도 살 걱정은 많지만 물질의 구애에서 벗어나려는 기도보다는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지혜를 구함이 우선시 된다.
인자한 모습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부처님께서 가르쳐줄 리는 만무하니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도를 한다.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살게 해 주소서...'
부딪혀도 돌아서 흐르고,
모난 돌도 둥글게 만들고,
굽이굽이 돌아도 쉼 없이 흘러서
목적지까지 이르게 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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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