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씻고서 습관적으로 TV를 켭니다. 꾹꾹 꾹꾹----- 누르는 리모컨에 바뀌는 화면들,,,
살벌한 총기 난사 소식에, 남북고위급회담이 ##%$$#@!!!~~, 따분한 정치, 경제, 이어지는 날씨 다음 주에 본격적인 장마,,,
다시 꾹꾹 꾹--- 누르니 모니터 상단 우측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에 눈길이 머뭅니다.
어느 부부가 트럭에서 같이 생활하는 이야기로 대형 탱크로리를 몰고 다니는 50대 초반의 아저씨가 식사 시간에 맞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죽을 끓이는 화면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대형트럭 운전석 바로 뒤 침대칸에 꼼짝도 못 한 채 누워있는 그의 아내 입으로 반은 흘리고 들어가는 음식물... 클로즈-업 되는 그녀는 정상의 몸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 끝나자 아내가 몇 시간 동안 한 자세로 누워있던 자리를 정리한 후 몸자세를 바꿔 누이며 다시 출발합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지는 해에 맞춰 하루 일과를 끝내며 탱크로리는 화물차 휴게실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차창 밖으로 아내의 몸 상체를 뒤로 뉘며 머리를 감깁니다 "박-박--- 쓰스슥~~~ 샴푸 질에 착착착---" 물로 헹구는 익숙한 손놀림 감기고 말려주는 동안 일거수일투족, 거두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다 사랑입니다.
지는 해... 어두워진 시간... 깊은 밤이 찾아옵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 여보야~~ 쪽!!!..."
아내의 대답은 눈만 깊게 끔뻑합니다.
몇 날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탱크로리를 끈 고달픈 일정을 마치고 부부는 집으로 귀가를 하고 집에서도 샤워부터 시작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남편 사랑이 눈물겹습니다.
물리치료 차 병원에 가는 날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의사선생님 하시는 말씀은
"기적 같군요... 병원에서 치료를 해도 이럴 수는 없는데..."
"무엇일까요?..."
처음엔 물론, 퇴원하기 전까지도 손가락 하나 까딱~ 못했다는데 그런데 지금은 한 손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니...
'도대체 무엇이?...'
고아에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시집와준 너무 고마운 아내가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지도 어엿 몇 해... 그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해 왔지만 차도는 없고, 병원비 감당은 안 되고, 병원비를 감당하자니 쉴 수도 없고 그렇다 하여 집에 홀로 둘 수도 없고 해서 일이 있을 때마다 같이 나서게 되었는데 그렇게 시작된 아름다운 동행...
다시, 장도에 오르는 날 여기저기 빠트린 것은 없나 하고 집안 단속을 합니다. 차에 오르기 전 말끔하게 단장한 아내의 입술에 마무리 화장으로 빨간 립스틱을 투박한 손, 서툰 솜씨로 삐뚜루~ 발라주면서...
"자 어디 보자~!..."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내의 모습이라면서 흐뭇해하며 누운 아내 손을 꼬~옥 쥐고서 한 손으로 운전하며 출발하자 후딱~ 치우는 손...
수줍음보다는 남편의 안전 운전을 걱정하면서 핸들을 두 손으로 잡고 운전하라는 염려의 뿌리침입니다.
아내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나를 위하는 길은 오로지 하나!..."
"다시 일어서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거..."
그 물음에 눈물을 가득 담은 두 눈 껌뻑거리는 아내와 노을 속으로 향하는 탱크로리 뒷모습을 담으며 아름다운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아내를 향한 사랑이 기적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동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