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도ㅣ심연

by 온도계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저마다의 달콤함을 머금은 과일처럼

시간을 걷다 보면 언젠가 채워질

나만의 ‘당도’를 확인해 보건만

채워지는 건 쌉싸름한 ‘떫음’이었다.

어느새 그 맛에 익숙해져 버린

나를 발견할 때면

어두움을 머금은 옅은 미소가

입가에서 지워진다.

깊은 곳에서 발견하려 했던

나만의 비밀은

어두움에 둘러싸여

갈 길 잃은 눈동자만 애탈 뿐이다.

눈을 감아 길을 멈춰보니

심연 깊은 곳에서

저마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마저 사그라져갈 때

우두커니 선 ‘나’는

나의 심연에서 외치는

‘나’를 듣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89.9도ㅣ오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