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린 첫째 딸
엄마는 둘째를 출산하고 아빠가 첫째 딸 혼자서 양육한 지 3일 차..
화요일 새벽부터 기침 소리가 요란하다.
아침에는 분명 심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가는 기침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린이집을 하원할 때 3:30에 선생님이 사랑이 기침 소리가 너무 심하니 내일 소풍 가기 전에 꼭 병원에 들러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병원을 갈 시간이 없었다. 며칠 전부터 잡아 논 저녁 약속이 있었고 저녁 약속 전 사랑이(태명)가 둘째 출산한 엄마를 만나게 하기 위해 면회도 가야 했다. 결국 나는 당일에 병원을 가지 못하고 배즙을 아침점심저녁 3개를 주며.. 민간요법으로 치료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역시 치료는커녕 최악의 밤을 보냈다.
한 시간 꼴로 기침을 하더니 새벽 3시에는 아예 벌떡 일어나서 울면서 기침과 콧물을 내뱉는 게 아니던가. 망했다. 나도 한숨도 못 잤다. 뒤척이는 사랑이 옆에서 거의 선잠을 자듯 아침에 일어났다.
씻을 시간도 없었다. 대충 눈곱만 떼고 일어나자마자 어린이집 소풍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주먹밥. 이것도 내가 기본 재료를 만든 게 아니라 전날 놀러 간 친구 와이프에게 염치를 불구하고 가까스로 부탁해서 얻어온 것이었다. 간장에 조린 두부에 김자반과 백김치로 만든 주먹밥. 제발 잘 먹길 바랐다. 주먹밥을 만들면서 등원 시간이 촉박해서 미역국을 먹였으나 입도 안 댄다. 그래서 혹시나 몰라 만든 주먹밥을 먹어보라 했지만 그것도 입도 안 댄다. 빵도 대접해서 드렸는데 이것도 안 먹는다. 사랑이의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나는 사실 어떻게든 10시 등원 전에 병원을 다녀오고 어린이집 소풍을 보내고 싶었다. 호전이 좀 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심정으로 말이다. 내가 요 며칠 잠도 못 자고 첫 째를 혼자서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다 하다 보니 체력이 바닥이었다.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했다. 어린이집 다녀오는 동안 쉬어야만 했다.
살림을 하면 나를 계속 쫓아다닌다. 혼자 놀지 않고 사랑이는 계속 본인과 같이 놀자고 했다. 핸드폰을 들여다볼 수 도 없이 눈치를 보며 몰래 와이프에게 사랑이 험담을 하며 감정을 간간히 풀 뿐이었다.
나에게도 쉼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랑이의 콧물의 길이가.. 턱까지 내려올 정도라 이건 도의적으로 예의가 모두에게 아닌 것 같아서 소풍을 취소했다. 아쿠아리움.. 가는 건데 아쉬웠다. 오전에 대기 20명이 걸린 병원을 기다리며 누워서 책을 읽어줬다. 틈틈이 사랑이 텃밑까지 내려온 콧물을 닦아주며 말이다. 졸리고 너무 졸려 미칠 것만 같았다. 이게 육아인가? 사랑이가 안 볼 때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제발.. 밥이라도 잘 먹어야지 사랑아.. 오늘 하루 잘 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