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반란

동생이 온 후 반란은 시작됐다.

by 희박한아빠

다 싫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10시까지 출근해야 돼서 9시 10분까지는 어린이집 등원을 해야지 지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첫째 사랑이는 둘째와 엄마가 본인만 빼고 집에 남아있는 게 싫어서 그런 것인지 아침부터 실랑이가 심하다. 다 싫단다.

잠바 입는 것도 신발 신는 것도 마스크도 쓰기 싫고 걷기도 싫단다. 이거 어쩌라는 거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분명 저번주는 쾌활하고 애교 많던 아이가 이렇게 한순간에 변한다고?? 마음에 준비는 했지만 이렇게 급격히 변할 줄이야.


아무리 타이르고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로 그냥 안아달란다.

가던 길을 멈춰서 걸어가야 된다고 강하게 말해도 보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지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 나만 급할 뿐이다. 철저히 주도권은 사랑이가 가지고 있었다.


빠른 걸음 10분 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고 갔다. 낮잠이불, 어린이집 가방, 내 가방까지 짐이 한 가득이라 안고가는 게 힘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됐다. 게다가 어제는 유모차를 태우고 이동해서 괜찮았었는데.. 오늘은 유모차를 와이프가 자동차 안에 두고 오는 바람에 무조건 안아야만 했다. 다시 주차장에 가서 유모차를 가지고 갈 여유가 없었다. 그냥 냅다 뛸 수밖에..


사실 안아주는 건 내가 좀 힘들지만 원한다면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날씨가 춥고 미세먼지가 최악인 상황에 잠바도 안 입고 마스크도 안 쓰는 게 너무 화가 났다. 저번 주에 감기에 걸린 것도 결국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기관지가 약한 첫째는 꼭 마스크를 써야 했다. 내 고생길을 또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뭐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나름 돌봄 분야에서 거의 10년 이상 일해왔고, 지금도 일하기에 돌봄에 자신은 있었는데 본인 자식 앞에서 이렇게 철저히 무너질 줄이야.. 나를 가지고 노는 것 같다. 남의 자식은 엄격하게 되는데, 내 자식 앞에서 엄격하게 가 안 된다. 밥을 안 먹으면 조금이라도 더 먹이게 하기 위해 내 무릎에 앉혀 숟가락으로 밥을 먹여주었다. 꼭 책상에서 먹어야 된다는 원칙이 나도 모르게 깨졌다.


간식을 많이 먹으면 밥을 안 먹는 게 당연한데 나 편하자고 간식을 잔뜩 먹인 적도 있다. 와이프는 밥을 안 먹으면 바로 치워버리라고 했지만, 안 먹으면 나는 냉장고를 뒤져서 아기가 먹을 만한 것을 코스요리처럼 하나씩 계속 대령했다. 그리고 안아달라고 하면 대번 거의 안아준 것 같다. 와이프가 보면 속불이 날 것이다.


직장에서는 어떤 아동들도 내 무릎에 앉아 본 적 없고, 넘어져서 아프다고 하면 "괜찮아"라고 공감해 주는 언어를 쓰며 이것저것 대화를 하긴 했지만 큰 상처가 아니면 밴드만 붙여주고 내 역할은 다 했다고 행동했다. 하지만 내 아이가 멍이 들면 어디서 누가 그랬지? 속상한 마음이 대번 먼저 들었다. 어린이집 선생님 앞에서는 애써 태연한 척 말하지만 속상한 마음은 숨기기 어려웠다. 나도 아이들을 만나는 종사자로 있으니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되새김질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시험에 들 것 같았다.


그냥 나는 둘째가 태어난 건 첫째 아기에게 크나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독차지였던 모든 것들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를 직감적으로 느꼈을 테다.

그래서 충분히 안아주고 수용해 주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10일간 떨어진 뒤 엄마가 온 지 2일밖에 안 지났으니 충분히 칭얼거릴만하다.

며칠만 더 봐주고 훈육해야지...


아이가 커가듯 이 시간도 흘러가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돌발행동 안에는 더 사랑받고 싶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것이 결국 부모의 역할이지 않을까?


오늘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더 안아주고 더 사랑해 줘야겠다. 사랑아 이 시기도 잘 건너가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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