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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혜성님 Oct 14. 2023

글쓰기의 즐거움과 고민을 나누는 이야기

글쓰기 책을 읽으며...

나는 글을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글을 써 본 경험도 별로 없다. 대학생 때 리포트를 써 보고, 자전적 수기나 자기소개서 등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써 봤을 그런 평범한 일상의 글쓰기가 전부이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이나 강의도 들어 보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글이라는 것은 정해진 양식이나 공식이 없다고 생각했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듯이, 글도 서론-본론-결론을 나눠서 써야 한다고 배웠다. 글쓰기의 형식을 제대로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내 생각을 글로 적어보는 습관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글쓰기라는 형식에 묶여서 글 쓰는 법 강의만 듣고 방법이 너무 어려워서 한 글자도 쓰지 못했거나, 한 줄 쓰고 지우고 한 줄 쓰고 지우다가 포기한다면, 그건 글 쓰는 방법을 아예 모르고 마구마구 적어 내려간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을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의 생각을 서투른 문장으로라도 전달해야 되는 것처럼, 글쓰기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옆 사람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일단 적어 보는 게 중요하다.


기술적인 문제는 그다음에 따라와도 된다. 글이라는 것은 쓰다 보면 는다. 읽다 보면 단어도 풍성해지고, 실력도 조금씩 느는 걸 작가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글 쓰는 사람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나도 브런치에서 속세에서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면 내가 쓴 글과 비교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내가 쓴 글을 목록에서 지우거나, 서랍에 감출 때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 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단 내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이나, 추억이나 기억, 경험들  나의 언어로 적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대한 계획만 품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오늘 하루 한 문장이라도 내 손으로 적어보는 게 글쓰기 강의 책 열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내 좌우명이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읽든 쓰든 한 개라도 하는 게 낫다’이다. 나는 임신 출산을 겪으며 몸무게가 20킬로 가까이 불었다. 임신 중에 어난 몸무게가 아니라, 출산 후에 아이를 키우면서 산후 우울증을 폭식으로 풀면서 체중이 늘었다. 아이 둘을 외국에서 독박 육아로 키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내 외모의 변화보다는 이렇게 살다가는 죽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내 손으로 키우고, 아이들의 성장을 건강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운동이다. 큰 아이가 35개월, 둘째가 10개월쯤 됐을 때 건강 검진 결과가 진짜 안 좋았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밖으로 뛰쳐나가 무작정 달렸다. 외벌이인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으로 가서, 공원 공터에서 놀게 한 다음 아이들을 지켜보며 제자리에서 막 뛰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오늘 한 번 제자리에서 뛰기만 해도 안 뛰는 것보다 낫고, 집안에서 돌아다니며 청소라도 하는 게 소파에서 누워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움직였더니 건강도 돌아오고 체중도 정상으로 회복했다.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멋진 글을 써내기는 어렵다. 하루에 한두 줄씩 적어보고, 문장들을 읽어보고, 고쳐보고,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문단이 되고, 그렇게 글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매일도 좋고, 일주일에 한 번도 좋고 꾸준히 써 보다 보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도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니 책을 찾게 되고, 정보를 찾게 되고, 읽고 듣다 보면 내 생각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쓰고 싶다.


내가 글쓰기에 대해 아는 건 여기까지다. 요즘 글쓰기에 대한 책들을 읽다가 느낀 점을 글로 적어 보았다. 글을 쓰는 방법론에 갇히면 내 목소리를 잃게 된다. 기술적 측면은 보완하되, 너무 방법론에 갇히지는 말자! 글을 규칙적으로 쓰되, 다른 글을 읽고 비교하며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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