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남편과 계약직 공무원 아내-31

막간-명절을 지내며

by 글쟁이게이머 L군

어릴 적 명절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면 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시골을 가자고 하시면 차를 타고, 어머니가 상차림을 도우라고 하면 돕고, 두 분이 제사를 모신다고 하면 같이 절을 하면 되는 그런 날이었죠.


조금 더 나이를 먹은 뒤의 명절은 조금 귀찮은 날이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놀러 나가고 싶어도 아버지의 차를 타고 집안 어른들을 만나고, 딱히 먹고 싶지도 않은 명절 음식을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준비하고, 그다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제사를 모시는 그런 날이었다죠.


어른이 된 이후의 명절은 부담스러운 날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흔히 말하는 ‘잔소리’로 저의 부족함을 지적했습니다. 어머니는 격려는 되지만 들으면 부담스러운 말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술을 즐기는 것도 아니기에 제사는 의무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명절은 좋고 싫고를 따질 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나이 드신 아버지의 몇 안 되는 즐거움인 손주를 보여 드려야 하니까요. 어머니는 손주 먹일 음식을 마련하시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명절을 지내는 것은 저의 몫이 되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준비를 하고, 아들과 함께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립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어떤 마음으로 명절을 준비하셨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의무감이나 자기만족 만으로 상을 차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더해서 제 아들이 저를 어떻게 바라볼 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약간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것이 이어질지 어떨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단순히 즐거움이나 의무, 혹은 번거로움 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명절을 맞이하는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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