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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아라 Oct 14. 2024

[깨닫는 점] 당신이 해외에서 힘든 이유  

내가 그곳에서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고 느껴지지 않나요? 

독일에 오기 전 필리핀에서 2달을 살았었고 태국에서도 대학교 단기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1달간 살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너무 수월했다. 내가 한국인이라 하면 그들은 케이팝에 대해 이야기했고 선뜻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드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었다. 되려 한국인 보다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고 마음을 줄 수 있다고 느껴 외국인들과의 만남이 너무 좋았다. 


필리핀 어학연수원에서 공부했을 때에는 수업 시간 마다 자리를 옮겨 1:1 수업을 했다. 그때 선생님들과 나눈 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내가 아플 때에는 죽을 만들어다 주시고 주말에는 선생님 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게 일상일정도로 사이가 가까웠다. 가장 친했던 크리스틴 선생님과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함께 바다를 보러갔고 돌아오는 길에는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렇게 난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억들은 한국을 떠나 남은 학기를 (이곳에서 연장을 해서 이제 1년이라 할 수 있겠다.) 타지에서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그러다 보니 독일 생활의 가장 큰 기대는 바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찐한 우정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동안 어는 점 에피소드를 쓰면서도 주된 스트레스 감정은 인간관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여기서 마음 터 놓을 독일인 친구 하나 없다. 


유독 독일 사람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교환학생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독일에 왔으니 독일인을 많이 사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운 좋게 한국을 사랑하는 독일인 친구들을 만났지만 목표와 다르게 그들이 어렵게 느껴졌다. 이런 어려운 마음을 더 확실하게 인지하게 된 건 케이팝 댄스 퍼포먼스를 준비할 때였다.


행사를 준비하는 시간동안 꾸준히 만났고 나를 빼곤 5명이 전부 독일인이다 보니 독일 사람들은 어떤 농담과 장난을 좋아하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연습을 하러 가는 길이 조금씩 버거워졌다.

친구들이 하는 농담에 맥락이 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분위기에 따라 웃기 바빴다. 

종종 친구들은 영단어가 생각이 안 날때면 독일어로 이야기 했다. 그들이 독일어로 이야기해서 기분이 상했다기 보다는 종종 내가 여기 있는게 불안하게 느껴지곤 했다. 외국인 한 사람을 위해 영어로 대화하는게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나 되어 댄스를 준비하고 학교 캠퍼스에서 한국어가 울려퍼진 건 나에게 너무 큰 경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 친구들과는 다른게 정말 많다는 걸 알게된 경험이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남자친구인 율리우스도 사귀고, 남동생 같은 귀여운 일본인 토시와 나를 항상 챙겨주는 콜롬비아 친구 디아고도 있다.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나의 베스티 마타와도 종종 만난다. 

이들은 외국인이지만 독일인들과 다른 공통점이 있다. 


전부 고향을 떠나 독일에서 모인 사람들이라는 것. 


공통점이 있어 응집할 수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별한 요소가 있지 않다면 전혀 다른 문화권을 가진 채로 마음을 터 놓기란 정말 어렵다. 이미 상대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토시만해도 일본인이라서 유머코드도 같고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토시가 무슨 말을 어떤 의도로 하고 있는지 감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종종 우리와 같이 있을 때면 디아고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이게 참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 하나 어려운 것은 독일인들에게는 독일은 삶의 터전이다 보니 함께 타지살이를 살아가는 외국인 커뮤니티보다 외국인들과 친해지고자 하는 결집력이나 동기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는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사람들이다. 이건 모든 해외에서 사는 외국인, 외국인이 속한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지 않을까?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영어권도 아니고 스몰토크 문화도 전혀 없는 한국에 외국인들이야말로 참 한국 커뮤니티에 속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한다. 한국에 사는 삶에 대해 외국인들에게 묻는 인터뷰를 보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 라고 한다. 외국인이 현지 커뮤니티에 어울리는 것은 당연히 힘든 일이지 싶다. 


처음 이 "어울리지 않음"을 겪었을 때, 어쩌면 그동안 선민의식에 빠져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고 우러러봐주길 원하는 사람이 아니였을까 했다. 

그리고 나서 방식을 바꿨다. 나를 들어내기 보다는 상대방 나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고 이것마저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좌절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면서 은은하게 독일에 있음에도 독일인에 대한 거부감이나 실망감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어울리지 않음"은 당연한 것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떻게 자신이 평생 산 나라와 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겠는가. 어찌 자신과 평생 다르게 산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어울리지 않음을 깨닫고 노력하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해외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독일이 내 인생에서 한번 스쳐지나가는 곳이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여기 있다보니 일을 하고 돈도 벌어보고 싶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독일에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그래서 난 그 "어울리지 않음"을 잘 다스려 보기 위해 언어와 역사 공부를 선택했다. 

어제 베를린에 다녀왔는데 참 역사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의 역사들은 지도자와 국민들의 사소한 행동들로 이뤄졌고 그런 선택들의 결과가 모여 자국민 삶의 질을 결정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역사를 알면 그 나라를 잘 이해할 수 있고 독일을 보는 눈이 길러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어울리지 않음을 극복하는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게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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