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싶어

나의 단점

by 히힛


고마운 것도 잠시.


독박육아의 치열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누워서는 잘 안 자고 안아야 잠이 들고, 잠 들어서 바닥에 눕히면 등센서 발동으로 바로 깨면서 울었다. 안아서 재우다가 팔이 아파서 나중에는 아기띠로 재우기도 했다. 회사에 나가 일을 하면 출근과 퇴근은 있는데, 육아는 퇴근이 없더라. 아이가 통잠을 자는 시기가 될 때까지는 나도 아침까지 한 번에 잘 수 없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 참 초췌하고, 외모에 신경도 못 써서 자신감도 많이 내려가있었다. 잘 못 자고, 잘 못 챙겨 먹어서 육아하면서 제일 힘든 시기인데, 아이러니하게 아이는 제일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한 때라 힘들지만 아이를 보면 이겨낼 힘이 생겼다.


그는 새벽 일찍 나가서 고되게 일하고 들어오니 육아를 도와달라고 하기 미안하기도 했고, 괜히 도와달라고 했다가 그가 짜증이라도 내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됐기에 차라리 내가 힘든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육아에 최대한 그의 손을 빌리지 않으려 노력했고, 시간이 갈수록 나는 지쳐갔다. 상황이 힘들어도 정서적으로 지지받고 응원받으면 힘이 나는데, 정서적인 충족이 안되니 외롭고, 힘들었다. 그가 일하러 나가 집에 없는 시간이 독박육아였을지라도 마음은 더 편했다. 그리고 엄마가 되면 육아는 모두에게 힘든 부분이었기에 모두가 겪는 당연한 힘듦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모두가 겪는 일반적인 일이 아니었기에, 그 어떠한 사람도 겪으면 안 되는 일을 내가 겪는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모든 사람에게는 장점, 단점이 있다. 나에게 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은 청소와 청결에 약하다는 것이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먼지 청소의 중요성도 잘 몰랐고, 위생이 중요한 주방 싱크대나 화장실 청소를 잘하지 못했다. 내 몸을 씻는 일에도 부지런하지 않았다. 귀찮은 게 많았다. 반대로 그는 청결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 청소로 항상 지적받고 화를 내니 주눅이 들었다. 내 나름대로 청소한다고 한 게 그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싱크대 틈새에 끼는 때(?)까지 꼼꼼하게 청소하지 못했고, 배수구에 곰팡이가 생기고 냄새가 났던 적도 있고, 화장실 하수구 덮개에 머리카락이 쌓이기도 했었다. 그러면 그는 이게 청소를 한 거냐며 짜증을 냈고, 머리카락 치울 줄도 모른다며 비난했다. 다시 생각해도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은 맞다. 청결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라도 짜증 나고 화가 날만한 상황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을 시작으로 격하게 화를 냈고, 내가 이 정도로 잘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억울해졌다. 그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늘은 또 무얼 지적하려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청소 못한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가? 청소는 잘하는 사람이 메인으로 하면 안 되는 건가?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사람이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있다. 지인 중에 청소에 약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 지인의 남편도 청소에 대해 얘기하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안되어있으면 본인이 한다고 했다. 그였으면 난리 났을 텐데. 청소를 잘 안 하는 것에 대해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큰 문제가 되기도, 작은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아이를 침대에 재워놓고 주방으로 나왔는데, 그가 어떤 일로 나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의 짜증을 감지한 내 마음속에서는 비상사태임을 알리는 비상등이 '위잉~ 위잉~' 울리기 시작했다.

'제발 이번에는 별 일이 없기를' 생각했다.

그와는 벽이랑 얘기하는 것처럼 대화가 안 통했다. 순간 방에서 쿵 소리가 나더니 이어서 아이의 “으앙~~~~”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음을 직감하며 다치진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아이를 살피는 소리가 났고, 아이를 안고 나오길래 나는 아이를 살펴보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손으로 내 얼굴을 뒤로 확 밀었다. 나는 뒤로 넘어갈 듯 휘청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랐다. 얼굴이 따가워서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안경 코받침 아래 코 부분에 그의 손톱에 살이 뜯겨 상처가 나있었다.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그에게 코에 난 상처를 보여주니, 사과도 하지 않고 "너 때문에 애가 떨어졌잖아!"라며 내 탓을 했다.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언제는 나를 발로 차기도 했었다. 그러고 나면 나중에는 사과를 하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나면 괴롭다 다신 안 그러겠다 하지만 하나의 세트처럼 이 일은 반복되었다. 처음엔 사과를 하니 받아줘야지 생각도 하고 다신 안 그러겠다는 그의 말도 믿었으나, 자꾸 반복되는 것을 보며 그의 말을 믿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본인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웠다. 그가 화내는 상황을 만들기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예상하지 못한 일에서 갑자기 화를 냈기 때문에,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었었다. 무기력함이 밀려왔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의 위험한 행동 중 하나는, 운전을 할 때 그가 예민해지는 건지, 차 안에서 별거 아닌 일로 말다툼이 시작되면 달리다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몸을 쏠리도록 만들었다. 앞뒤 차량의 간격은 있었지만 도로 한복판에서 말이다. 한 번이 아니라 이어서 여러 번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이도 함께 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목숨 걸고 하는 협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사람이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하다고 느끼려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와 있으면 자꾸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시댁 내려가던 길에 또 어떤 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분이 안 풀리는지 갑자기 차를 골목에 대더니 뒷좌석 문을 열더니 내리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가 있기에 안 내리고 있었는데 내가 앉아있는 뒷좌석 의자를 발로 차며 위협해서 어쩔 수 없이 내렸지만, 홀로 남은 아이가 걱정되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처음 보는 골목을 정처 없이 걸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와 함께 있는 아이가 걱정이었고, 내가 왜 이런 일을 겪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차를 찾아갔고 냉랭한 분위기로 시댁에 도착했다. 그 상태로 도착한 시댁에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내 편 하나 없는 그곳에서 마음이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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