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회고록』 윌리엄 진서

‘논픽션 글쓰기의 기본은 상세한 디테일 묘사이다‘

by 현목

자서전(自敍傳)은 ‘작자 자신의 일생을 소재로 스스로 짓거나, 남에게 구술하여 쓰게 한 전기’라고 하며 회고록(回顧錄)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윌리엄 진서는 저와는 특별한 친밀감(affinity)이 있습니다. 2009년 그의 책 『글쓰기 생각쓰기』를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윌리엄 진서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증조 할아버지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천연 도료 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 북동부 백인 상류층(WASP) 출신인 그는 프린스턴 대학을 나오고 가업을 잇는 대신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 취직합니다. 그 후 그는 거의 10년 안팎의 주기로 직업을 바꿉니다. 1959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을 떠나 프리랜서 작가로 삶을 이어갑니다. 다시 1970년에는 예일대 ‘논픽션 워크숍’ 강사로 강의하면서 자칭 ‘예일대 영문과에 발만 살짝 걸친 프리랜서 학장’으로도 지냈습니다. 1979년에는 ‘이달의 북클럽’의 수석 편집장으로 옮기고 1987년에는 사직서를 내고 다시 프리랜서 작가, 편집자, 강사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말년에는 피아노를 배우고 나중에는 뮤지컬 음악극까지 작곡했다고 하니 경력이 화려하고 변화무쌍합니다.


윌리엄 진서는 기본이 기자 출신이기에 그의 문체는 ‘저널리스틱’하여 육하 원칙에 충실하며 사실적으로 진술하여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문체에 대해 그다지 큰 매력은 없으나 글 전체의 설득력은 있어 보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특이합니다. 진서가 자신의 인생을 회고록 형식으로 기술하면서 틈틈이 회고록 쓰는 요령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인트를 모아 보았습니다.


진서는 우선 두 가지 전제를 답니다. 첫째는 회고록의 글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미리 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둘째는 작게 생각하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흥미진진하고 성취가 있는 것들을 남에게 자랑하고 싶을지 모릅니다. 진서는 그런데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기억에 또렷이 남은 작은 사건들을 먼저 기술하라고 합니다. 그는 회고록은 작은 이야기의 기록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당부합니다. 우리가 회고록을 쓰는 목적은 반드시 단행본으로 출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글을 깔끔하게 출력하여 제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배우는 것입니다.


누구나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회고록을 쓰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것과 실제로 책상 앞에 앉아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작가란 무언가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힘들게 노력하는 것이 작가의 길이도 합니다.


진서는 회고록을 쓰는 데 있어 엄격한 시간 순서대로 쓰지 말라고 합니다. 초보자들은 대개 회고록이란 “내가 어디서 태어났다”에서 시작하여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시간 순서대로 요약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회고록을 써서는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논픽션 글쓰기의 기본은 상세한 디테일 묘사라고 합니다. 이는 회고록의 경우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집은 스푸르스가(街)에 있었다”와 같은 사실관계의 나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독자들이 우리집과 스푸르스가를 상상할 수 있는 디테일을 제공해야 합니다.


진서가 회고록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장소와 사건과 사람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결국 사람입니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선생님, 삼촌, 친구, 이웃이 있었다면 단순히 회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그분들 덕분에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언급하라고 합니다.


다음에 회고록을 쓰는 시점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작가가 어떤 시점에서 쓸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시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시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어른의 시점이 아니라 소년의 시점에서 시작했다면 그것을 쭉 계속 밀고 나아가야 한다고는 말입니다.


글을 쓸 때 하나의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작은 섹션에 집중하고 그것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섹션도 새롭게 시작하여 또 완성하여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글은 작가의 인품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치장을 하여도 그 속에 정직함이 없으면 그 글은 결국 위선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어떤 장소, 혹은 낚시 같은 취미에 대해 쓸 때도 단순히 장소나 낚시에 대해 사실적으로 쓰는 것은 지루할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장소가 가지는 상징성이나 낚시 같은 취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기술함으로써 작가의 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회고록은 결국 나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욕심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일관적인 내러티브를 유지하는 이야기 외에는 과감하게 버리는 취사선택이 중요합니다. 과거의 기록, 사진, 편지, 일기장 등에서 이야기를 찾아내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통일성에 저해되는 것은 미련 없이 버리라고 합니다. 진서가 가르치는 회고록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제하는 법, 즉 그들이 기억해 낸 수많은 사실과 감정을 어떻게 이야기로 정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고 합니다. 진서는 그들이 이야기를 선택, 집중, 제외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회고록은 꼭 많은 이야기를 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회고록이란 어차피 한 개인의 삶의 일면을 살피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진서는 중요한 말을 합니다. ‘진실의 발명’이란 회고록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합니다. 즉 사실관계만으로는 좋은 회고록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 장소, 사건에 대한 디테일을 많이 수집했어도 그것을 가지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기 위해 이야기를 재배치하고 압축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지루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진실을 다치지 않는 한에서 진실을 발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루하고 예측이 가능한 글을 될 수 있는 대로 쓰지 않아야 합니다.


진서는 회고록 쓰기의 하나의 방법을 제안합니다. 일정한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중심으로 글을 씁니다. 단 그것은 반드시 하나의 완전한 에피소드이어야 하고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파일로 저장해 둡니다. 다음날도 같은 작업을 반복하고 파일로 저장합니다. 이를 매일 반복합니다. 두세 달 동안 계속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파일을 꺼내어 검토하게 되면 콘텐츠의 어디가 좋은지 혹은 주제에서 벗어났는지를 깨닫게 된다고 했습니다.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윌리엄 진서는 회고록을 쓰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좋은 조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능력이 있으면 이를 다 소화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제가 저나름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꼽는다면 세 가지 정도가 되겠습니다.


첫째는 이야기를 혹은 기억을 너무 큰 것에서 찾지 말고 작은 것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너무 큰 사건에만 관심을 갖지 말라고 합니다.

둘째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잘 난 체하여 미사여구로 장식하지 말고 소박할지라도 자신의 내면이 다 우러나오록 진심으로 쓰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진서는 장소, 사건, 사람에 대해서 쓰라고 했지만 그것이 다만 사실관계의 나열에 그치지 말고 그 장소, 사건, 사람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떻게 자신이 변하게 되었는지, 거기에 깨달음, 의미부여, 관점이 녹아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제 욕심으로 원 플러스 한다면, 지루하게 예상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니라 문장 자체를 음미할 수 있는 글이기를 바랍니다. 저는 만약 회고록을 쓴다면 이러한 점을 하나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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