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齋藤孝)

'빅 스리'

by 현목

사이토 다카시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현재는 메이지 대학 문학부 교수이며 62세입니다. 도쿄 대학 법학부에 들어갔다면 판검사나 변호사를 목표로 했을 터인데 문학부 교수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그 나이에 책을 쓴 것을 보니 50여 권도 넘는다고 합니다. 책들이 대개 자기계발서처럼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을 주듯이 필요한 것들을 꼭 집어서 만든 느낌이 듭니다. 이 책도 그렇지만 대부분이 그다지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닌 것 같으나 필요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게 집필했다고 봅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2005년에 나왔는데 현재 절판이고 2016년에 출간된 것도 절판입니다. 중고책값도 만만치않습니다. 손자에게는 개정판 중고책을 220,00원 주고 사서 보냈습니다. 읽어보고 여름 방학에 만나면 한번 이야기해 보자고 했습니다.


책을 내보겠다는 욕심에 글을 쓰고 있는 『은유는 몽상하는 촛불이야』의 소제목으로 ‘A4용지 한 장 쓰기’를 쓰고 나서 오래 전(2007년)에 읽은 사이토 다카시의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이 생각나서 뒤져보고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사이토 다카시는 ‘3의 법칙’이라고 해서 3을 무척 좋아합니다) 첫째가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과 둘째 문장의 구성력 셋째가 문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슷하지만 저 나름 중요하다는 것을 세 개 정도 추려보았습니다. 첫째는 200자 원고지 10장을 써야 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옛날에 아무 생각없이 글을 쓰면 A4용지로 삼분의 일쯤 쓰면 쓸 게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건 200자 원고지로 치면 서너 장에 해당합니다. 마라톤을 뛴다고 하면 우선은 완주하는 양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세밀한 기술에 치중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0자 원고지 열 장 정도를 무리없이 쓸 수 있게 되면 우선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이것은 글쓰기의 자신감으로 연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오래 전에는 무조건 A4용지 한 장을 다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해서 연습한 적이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A4용지 한 장을 채우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사이토 다카시가 글을 구성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는 문학적 글쓰기보다는 실용적, 기능적 글쓰기, 다시 말해 논문이나, 자기 소개서, 기획서 같은 것을 쓸 때를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가 쓰려고 하는 글의 키컨셉(key concept)을 세 가지 설정하고 거기에 대해 살을 붙여나갑니다. 여기에는 주의할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각 키컨셉은 서로 비슷하지 않은 것이어야 합니다. 이 서로 다른 세 가지의 키컨셉에서 공통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글쓴이의 독창성을 발휘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사고력을 깊게 해줍니다. 그러나 키컨셉을 두 가지로 할 때는 독창성을 보이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밋밋하여 지루할 수가 있습니다.


사이토 다카시는 세 개의 키컨셉이 왜 중요한가의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있는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저로서는 딱히 설득력이 있는 말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는 이를 ‘3의 법칙’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면서 구성력에 있어서 세 가지 키컨셉을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다른 하나는 인용문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작품에 씌여진 것을 인용하면 독자와 원작자가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인용문 세 가지를 선택한다면 그것이 키컨셉이 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부여하면 훌륭한 ‘빅 스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의 분량을 늘리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이토 다카시는 문체의 중요성에 대해 말합니다. 문체는 영어로는 ‘스타일’이고 문체(文體) 즉 글의 신체라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신체적 분위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로 말하면 최불암이 연기하는 데는 최불암만의 목소리, 몸짓이 나타납니다. 글쓰는 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웃기는 식, 명령하는 식, 설교하는 식, 비하하는 식, 심각하게 말하는 식, 가벼운 터치로 쓰는 식 등등이 있습니다.


아무튼 사이토 다카시는 글은 구성력에다가 문체가 있어야 생명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연기가 좋아도 그 사람만이 독특한 캐릭터가 없으면 그 연기는 생명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이토 다카시는 자기만의 문체를 가지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어떤 포지션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독자에 대해서 얼마나 거리를 유지하느냐와 관련이 깊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어떤 특정한 인물의 되었다고 상상하면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만의 문체는 사실 어떻게 보면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태어나면서 자신만의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자신만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그래도 문체 만들기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닮고 싶은 작가의 작품을 베껴쓰기를 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이토 다카시의 이 소책자는 페이지가 156이고 글자가 크고 행의 간격도 넓어서 제대로 책을 만든다면 100페이지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책쓰기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책을 읽으면 책이 어떻게 구성됐는가를 살펴보게 되는데 옛날 어릴 때 먹었던 ‘공갈빵’ 같은 책들이 의외로 많이 보였습니다. 하긴 공갈빵도 맛있기는 합니다만.


내용은 일목요연하게 그의 지론처럼 모든 것을 ‘3의 법칙’에 의해 기술하여 머리에는 이해가 잘 됩니다. 200자 원고지 10장을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그 다음 200자 원고지 10장도 쓸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글을 쓸 때는 세 가지 키컨셉을 세우고 거기에 자신의 사고력을 덧붙여 간다면 글쓰기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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