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죽었다’
안톤 체호프는 단편 소설의 선각자이며 대표적인 작가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시미지 이쿠타로의 책 『교양인의 독서법』에서 몽테뉴는 독후감을 700자 정도로 정리하였다고 합니다.
단편 소설에 대한 안목도 없이 정식으로 작정하고 읽어본 이 짧은 단편 소설을 글자 숫자를 계산해 보니 대략 3300자 정도되었습니다. A4 용지를 대략 1500자 정도로 치면 단편 소설이 A4 용지 두 장으로도 가능하는 얘기가 됩니다.
주인공 이반 드미트리 체르뱌코프는 오페라를 관람하다가 어쩔 수 없이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재채기란 코 속의 이물질에 대해 생체가 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여 밖으로 배출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거의 조건반사이므로 주체가 거의 콘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재채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는 비록 지저분하고 불쾌하지만 대개는 이해하는 편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번에 미국의 애틀랜터에 있는 아들 집을 방문하였을 때 일이었습니다. 뷔페에서 어떤 사람이 음식을 고르는 자리에서 재채기를 했습니다. 어찌 보면 큰 실례의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종업원이 지나가면서 그를 보고, 아니 눈길도 주지 않고 거의 기계적으로 말하였습니다. "God bless you." 아니 재채기와 하나님이 복 주시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상하여 식사 후에 아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재채기를 하면 복이 나가는 걸로 알고 재채기를 안 하려고 극도로 애를 쓴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종업원은 복이 나갔으니 하나님이 복으로 채워 주시기를 기원한 셈입니다.
체르뱌코프는 그 재채기를 하필이면 자기 앞에서 관람하고 있던 같은 운수성에 다니는 브리잘로프 장군의 대머리와 목에 튀겨버렸습니다. 그는 사색이 되어 장군에게 사과하였습니다. 당연히 장군은 사과를 받아도 데면데면하였을 것입니다. 그는 그게 더욱 안달이 나서 더욱 그에게 새삼 다시 사과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떨떠름하였던 장군도 체르뱌코프가 그 다음날 자기 사무실에 찾아온 체르뱌코프에게 역정을 내었습니다. 체르뱌코프는 이제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어서 다음날 다시 가서 사과를 하니 장군은 그를 꺼지라고 고함을 쳤습니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 관복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죽었다’라고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대가의 소설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느끼는 첫 번째는 체르뱌코프의 말단 공무원의 관료 체계 속의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누군들 자신의 자존심을 그렇게 굽히면서도 그렇게 비굴한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그는 분명히 자신에게 혹시라도 떨어질 불이익에 대해 불안해 했을 것입니다.
둘째는 체르뱌코프의 장군에 대한 반응이 점점 에스컬레이트 된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이 소설의 유머적인 요소이며 페이소스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왠지 조금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자연스럽다는 느낌은 가질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셋째는 소설의 끝내기가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아무리 장군이 노발대발하여 분노하였고 또 그로 인한 자신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을 것이고 혹시 급기야는 목이 잘릴지도 모르겠지만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 누운 채로 죽었다로 결말이 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풍자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대가의 솜씨치고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처음 읽은 체호프의 소품의 소설에서 제가 막연히 보고 싶었던 점을 아직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