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by 현목




목욕탕 입구 한쪽 구석에

구두들이 기진해서 입을 벌리고 있다

서로 다리 하나씩 걸치고

기다리고 있다

질퍽한 세상 먼지를 뒤집어 쓰고

누군가에게 밟히고 찍혀 생긴

구두코에 커다란 상채기

딱지가 앉아 있다

닳아진 굽이 허리를 구부리고

비스듬히 누워 있다

좁은 골목길 걷고 오르막길 오르며

숨을 헐떡이며 흘린 땀들

나무 껍질 같은 가죽에 절어 있다


구두를 닦는다

누이의 손 같은 솔로 먼지를 닦아내고

구두약을 상처의 홈에 바른다

쓰린 가슴일랑 덮어두라고

토닥거리면서 윤을 낸다


목욕하고 나오는 주인처럼

몸에서 김이 나오고 코끝을 반짝이며

방생한 물고기처럼

몸을 흔들며 세상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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