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의 빈곳*이 전화 소리에 놀라 깨었습니다 먼지가
풀풀 날리던 고가도로가 잘 있느냐는 안부에 청계천 맑은
물에 담그고 있던 발이 찰랑찰랑거렸습니다 정든 허리 쯤을
가로지르던 추억은 어찌 되었느냐고 묻지는 않았지만 그것마저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풀밭에 누워 잃어버린 구름을 보고
있다고요 3.1 빌딩 지나 우리 스쳐 지나가던 햇빛과 바람과 달과
별은 지금 어디 있나요 반쯤은 졸린, 세월에 부식된 목소리에
시간의 징검다리를 깡충깡충 건너고 있는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풍경 속의 빈곳이 목이 싹둑 잘려버린 내 청춘이라는 것을
전화가 떠나간 다음에야 알았습니다.
*김수이 평론집 <풍경 속의 빈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