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는 동안 어디 가서 바둑이라도 두고 있다가
일어나기만 하면 후다닥 뛰어와
검은 중절모를 쓰고 주인에게 밀착하여
걷고 있다
그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
오온(五蘊)이 일체개공(一切皆空)임을 알으켜 주려고
혀 빠지게 일하다가 죽는다
디오게네스는 그림자 진다고 태양을 가리지 말라고 했다
나는 광명을 제일 좋아하고
어둠을 제일 싫어한다
실체가 없어 만질 수도 없다
히죽히죽 웃고 부려먹는다
내가 흔들리면 그도 흔들리고
화도 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조근조근 닥달질을 한다
그는 그림자의 종이다
그가 누워야만 나도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