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때로는 게으르자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 것도 오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구세대입니다. 그나마 주로 보는 것이 검도와 시 창작에 대한 것입니다. 보다 보면 언젠가부터 ‘브런치’라는 제목이 나오는데 아니 ‘브런치’라니, 그건 아침 겸 점심 먹는 걸 말하는 것인데… 아마도 요즘 잘 나오는 ‘먹방’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먹방’은 잘 안 보는 편이라 무시한 셈입니다. 그러다가 자꾸 눈에 띄니 눌러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글쓰는 ‘플랫폼’이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처음에는 감이 잘 안 와서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그에 관련된 유튜브를 여러 편 보고 나서야 이해가 좀 갔습니다. 지금도 완전히는 모릅니다만.
아직도 이 플랫폼의 이름을 왜 ‘브런치’라고 붙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브런치’의 어원을 사전을 뒤져보니 1896년 영국 학생의 속어로 breakfast와 lunch의 합병이라고 나옵니다. 아침 겸 점심은 게으른 사람들의 상징인데 ‘브런치’는 이걸 모토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브런치’ 관련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하고 나서 이틀이 지나도 사흘째도 이메일로 연락이 온다고 했는데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유튜브를 보면 단번에 붙은 사람, 삼수한 사람, 심지어 열 번째 붙은 사람도 있더군요. 은근히 약간은 불안했습니다. 떨어지면 어쩔 건데. 재수할 건가. 재수는 무슨, ‘저 포도는 시다’하고 돌아서는 거지. 뭐 죽고 사는 것도 아닌데…. 브런치 홈페이지에 사흘째 되는 날 보니 왼쪽 상단에 파란점이 있어 이건 뭐지 하고 눌러봤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말이 이미 이틀째에 있었습니다. 당장 마누라에게 카톡으로 보냈습니다. ‘나 브런치 작가 됐다’고. 이때는 ‘ㅋ’도 빼놓을 순 없겠지요. 계면쩍으니까요.
사실 ‘브런치’는 책 출간과 연결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2001년부터 인터넷으로 시 창작 공부를 하면서 제일 염원한 것은 시집을 출간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무슨 신춘문예로 등단한 것도 아니고 겨우 선생님의 빽으로 잡지에 시 두 편 정도를 게재하고 나서 무슨 등단 작가입네 했지만 그래도 제 이름로 된 시집 책을 갖고 싶었습니다. 2004년에 어렵사리 자비 출간으로 시집 『모호한 중심』을 냈는데 지금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출판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서울로 불러올리고는 그 자리에서 책 디자인이니, 활자체니 하면서 고르라고 하는데 처음 당하는 일이라 그저 당황해서 느낌이 오는 대로 정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황당하더군요.
이번에 유튜브를 보고 출판에는 기획출판, 반기획출판, 자비출판, 독립출판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비출판은 사실 내고 나도 자격지심이 듭니다. 오죽 못나면 자기 돈 내고 스스로 ‘자위’하는 꼴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실력은 없고 책은 내고 싶으면 그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니 어쩔 수가 없기도 합니다. ‘브런치’에 들어왔다고 출판사와 딱히 연결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형편되는 대로 돌아가는 수밖에는 없겠지요.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한지 사흘밖에 안 되어서 아직도 분위기가 낯설기만 합니다. 글쓰기 제목 올리는 곳에 사진 붙여넣기도 아직 서툴고 부제를 꼭 넣으라니 그것도 머리를 짜려니 쉽지가 않습니다. ‘맞춤법 검사’라는 기능도 처음 봤는데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니, 이제부터는 굳이 맞춤법 공부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또 하나는 제 글이 BRUNCH KEYWORD에도 올라와 있지 않은데 도대체 어디서 봤다는 것인지 아무튼 본 사람이 통계에 나오는 것이 신기합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글을 쭉 훑어보니 문학적 글보다는 실용서, 자기계발서, 직업과 관련된 경험을 글로 쓴 것들이 주류를 이루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세 편 정도 올렸는데 ‘라이킷’을 했다고 숫자가 막 뜨는데 이런 걸 처음 당하니 저는 당혹스럽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맙다고 찾아가서 댓글을 달아야 하나, 저의 글에 대해 반응을 했으니 무언가 대꾸를 하지 않으면 결례가 되는 건 아닌지 도무지 감이 안 옵니다. 원래 저는 구독자수에 별로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네이버에 저의 블로그가 있습니다만―대부분이 일본 검도잡지, 단행본, 유튜브 번역입니다―구독자가 100명 미만이고 그들이 댓글을 써도 웬만하면 답글도 쓰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 형편이니 아직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튜브 작가들은 글을 쉽게 쓰라는 걸 강조하더군요. 제가 목표로 하는 글들은 이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저는 미흡하지만 서정 수필을 쓰려고 합니다. 이런 글은 ‘쉽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문장을 읽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는 은유(metaphor)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유는 제가 추구하는 글쓰기의 수단입니다. 네루다는 ‘시는 은유이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물론 진술만으로도 훌륭한 시를 쓰는 분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김광규 시인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시를 쓰기가 어쩌면 더 어렵습니다. 평이한 글 가운데서 시적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제가 전범으로 삼는 작가로는 산문으로는 김훈과 시로는 송재학, 정진규, 일본 산문시인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이분은 나중에 소설가로 더 유명해졌습니다만―가 있습니다. 산문도 진술만이 아니라 은유를 구사하면 글의 격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은유는 상상과 발견의 결정입니다.
맏손자가 이제 중2인데 그놈이 초등학교 2년때부터 글쓰기를 시켰습니다. 그 밑으로 중1, 초6, 초3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책을 가지고 보이는 대로 써보라고 했고 2018년부터는 제 방식으로 은유 쓰기 훈련을 시켰습니다. 이제는 저보다 더 잘 은유를 씁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몇 번이나 때려치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렵다고 안 하려고 하는데 돈도 주고 먹을 것도 사주면서 꼬셨습니다. 지금도 한두 녀석은 농땡이 치고 자꾸 내빼려고 하지요.
아이들을 훈련 시킨 자료들을 갖고 책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유튜브에서 남인숙 작가라는 분이 ‘망설이지 말고 글을 막 써라’라고 한 말에 힌트를 얻었습니다. 저는 어떤 면에서 완벽주의자이기도 해서 뭔가 완전히 준비되고 나서 책을 쓰려고 했지만 일단은 생각나는 대로 써보라는 그분의 얘기에 용기를 얻은 셈입니다.
사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손주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그들이 글쓰기에 대해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다른 글쓰기 책과는 차별성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제목은 『은유는 몽상하는 촛불이야』로 할까 합니다.
시는 많이 써놓았는데―수준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책 제목은 이미 정했습니다. 『어정쩡』이 그것입니다. 제 인생이 한마디로 ‘어정쩡’한 인생이었습니다. 성공한 것도, 성공 안 한 것도 아닙니다. 어떤 때는 심지어 제 묘비명을 ‘어정쩡하게 한 세상 살다 갑니다. 실례했습니다.“라고 할까도 했습니다. 여기 저기 써놓은 수필을 모은 수필집은 『길 따라 구름 따라』라고 했고, 그 동안 읽은 책의 독후감을 모은 책을 낸다면 『창명인정(窓明人靜)』이라고 정했습니다. 창명인정은 송시열의 서화상자경(書畫像自警)이라는 글에 나옵니다. 窓明人靜/忍飢看書(창은 밝고 인적은 한적한데 주린 배 참으며 책을 보았네)를 인용했습니다. 이번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수필집을 하나 착안했습니다. 제목은 『비봉산은 산이 아니다』 제 집 근처에 142미터의 허름한 산이 있습니다. 거기를 30년 동안 틈이 나면 산책을 했습니다. 그 비봉산 곳곳의 모습을 가지고 제 살아온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합니다.
’브런치‘와의 만남이 저의 글쓰기에 어떤 길을 열어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을 쓰고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라 웬지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리라는 기대는 많이 듭니다. 출판이니 수익이니 하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저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고 또한 그러한 기회를 저에게 허락한 ’브런치‘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