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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꽃 Nov 14. 2024

마을이 힘을 합쳐 <모두의 연수>

독서하기 딱 좋은 사춘기 17 <안녕 나의 우주> 함께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힘 합쳐 키우는 이런 세상, 아직 어딘가에는 제법 있다고 믿어보자. 작가 김려령이 묘사하는 명도단과 거기 사는 연수, 연수의 친구들이 너무나 리얼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정말 이런 마을이 있을 것만 같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보세 

우리는 한숨을 섞어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어느 나라의 속담인가를 읊조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힘주어 이 문장을 말하며, ‘그러니까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보아요.’라고 말했었다. 희망과 연대의 훈기가 느껴졌던 저 구호는 이제 ‘그만큼 아이 하나 잘 키우는 건 힘들다.’ 혹은, ‘사회는 아이 낳아 키우는 일에 동참하라! 동참하라! 동참하라!’는 요구로 읽히는 세상이 되었다. 자신의 아이도 잘 낳고 기를 자신이 없는 세상에 남의 아이를 거두는 일이 가당키나 할까. 하지만 연수는 그렇게 이모부와 사돈 할머니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명리단 온 동네 사람들 손에 잘 큰다. 잘 크고 있다. 심지어 자기 친구들까지 데려와 함께 잘 큰다.     


학교에 근무하는 나는 지금의 학교에 옛날 동네, 즉 아이를 함께 키워주는 마을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먹여주고 공부할 책을 사주고 문구를 손에 쥐여주고 야단도 치고 안아도 주면서. 물론 대부분의 학교는 아이들의 기대나 부모들의 요구에 못 미치며 무척이나 쌀쌀맞다는 걸 잘 안다. 내가 근무하는 사립학교는 그나마 우리 학교 특유의 분위기로 아이들에게 다정한 학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봐야 자족적인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집에서 맞고 방치되고 욕먹고, 제대로 된 사람다운 태도를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괜찮은 어른으로 다가가려 애쓴다.


김려령, 어른들이 힘을 합치라 한다      

완득이로 대박이 났던 김려령 작가의 작품은 일관성이 있다. 주변의 어른들이 힘을 합치는 따뜻한 세상을 꿈꾼다. 어떤 세상은 너무나 냉혹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잘 돌보려 애쓰는 어른들이 분명 있다.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게 안타깝지만, 그리고 어떤 이들, 어떤 가치관이 득세하느냐에 따라 어중간한 사람들의 태도나 분위기도 달라진다는 게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몇몇 따뜻한 어른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나의 소년들에게도 우주를 꿈꾸게               

최근 청소년 소설에는 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것들이 많다. 평행이론에 입각한 시간여행 이야기, 외계인 이야기,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 등등. <안녕..> 역시 외계인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냥 좀 황당한 상상의 이야기에 그치지만 않는다. 천체물리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존재 가능한 외계인과의 교감의 시간을 상상한다. 학생들에게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는 교육적 측면도 있고 우정과 공감이라는 감성적 가치를 전해줄 수 있다. 나 역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오는데 어쩌면 작가도 그 책을 읽으면서 저 아름다운 우주적 질서 속에서 지구인과 교감할 줄 아는 따뜻한 존재를 꿈꾸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 나의 우주>

나는 ‘국민학교’ 6학년 때 과학교과서 맨 뒤에 잠깐 나왔던 별자리와 천체 이야기에 매료되어서 천문학 공부를 하고 싶어 했었다. 엄마가 천체망원경 대신 쌍안경을 사다 주시는 바람에 집 옥상에서 매일 달의 분화구만 바라보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은 참 행복했다. 스물네 살에 처음 교사가 되어 강원도에 가서 만난 첫 제자 중 한 명은 천문학과에 진학했다. 30년 동안 천문학을 공부한 제자가 이렇게 드물긴 하지만 내가 우리 독서 상자에 <안녕, 나의 우주>를 담아들고 교실에 들어가면 2000년대에 태어난 지금의 제자들 중 또 누군가는 우주를 꿈꾸고 외계인을 만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학문적 호기심과는 별개로도 이 소설은 아이들을 꿈꾸게 할 것이고, 힘들지만 이겨나가는 삶의 기운내기를 알려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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