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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l 01. 2024

<<사라진 것들>> 중년의 시간 - 앤드루 포터

내게는 생소했던 앤드루 포터 작가의 책을 읽었다. 어디에서 이 책을 본 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SNS에서 언젠가 보고 읽을 책 리스트에 적어두었다가 목록에 있던 다른 책들과 함께 구입했다. 나와 비슷한 시대를 전혀 다른 나라에서 살아온 남자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알겠다. 물론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한창때를 지난 중년의 시간들은 우리에게 무력감을 줄까, 아니면 오히려 노련함을 선물할까? 그건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일 것이다.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때보다 지금이 부족한 면도 있지만 오히려 훨씬 편하고 좋다고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 많다. 


두세 페이지의 아주 짧은 소설 여섯 편과 조금은 분량이 있는 소설 아홉 편이 들어있는 이 책의 저마다 다른 주인공들이 모두 동일인물처럼 여겨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싱글, 아빠, 예술인, 예술가의 남편 등 여러 모습을 보여주지만 모두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각 주인공들이 소설가의 성정을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인칭 화자로 씌어 있고, 주인공들이 비슷한 또래의 남자라 그럴 수도 있다. 단편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 내가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게 그 덕분일 수도 있겠다. 단편소설은 주인공과 친해질 만하면 또 새로운 주인공을 만나 적응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천재적인 단편소설 작가들의 작품은 순식간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 책에는 청춘의 시기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현실을 한탄하며 젊은 여자들을 질투하는 여성이 등장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다른 이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남녀도 있다. 오랜 세월 친구로 지내면서 자신을 향한 상대의 진심을 모르기도 하고, 다른 여성과 시간을 보내는 죄책감을 가졌으나 나중에 자신의 아내와 그 여성이 더 깊은 관계임을 알게 되기도 한다. 남녀관계의 여러 경우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중 손을 떠는 첼리스트의 이야기인 ‘첼로’와 친구 부부 옆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라인벡’, 이해하기 어려운 여성 ‘히메나’, 느닷없이 사라진 사람과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인 ‘사라진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의 제목으로 ‘사라진 것들’을 고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결국 과거의 일이 되어 주변의 사람도, 물건도 결국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젊은 시절 우리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모든 게 영원할 것처럼 여긴다. 유한성을 깨닫기 시작하는 시기가 중년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제목이 여기에 있는 이야기들을 대표하는 것 같다.


짧은 이야기들 중에는 생각과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게 있다. ‘숨을 쉬어’에서 아들이 죽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일이 아니었다. 아들이 혹시라도 잘못될까 걱정하면서도 과하게 비싼 병원비를 생각하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사고 당시 아들 옆에서 지키지 못함을 아이도, 아버지도 원망하고 후회하는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공통적으로 담배와 술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예술학 석사인 작가는 예술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 속에 많이 녹여두었다.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하다. 역시 중년의 감성을 담았을까? 만나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43580NXa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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