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야기 - 3월 7일 월요일

by Kelly


“주말 잘 보냈나요? 오늘부터는 매주 월요일마다 주말이야기를 할 거예요. 꼭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고, 한 주 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이야기 중 어떤 것이든 해도 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미리 생각해 두세요.”

시연이가 말한다. “저는 어제 학원에서 발표회를 했어요. 호수공원에서 했는데 떨리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신나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친구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 준다.

“언제 한번 춤추는 것 보여주세요. 7월쯤 발표회를 할 거예요.” 내가 말한다. “네!”

주민이 차례. “저는 토요일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점심에 버거킹 가서 햄버거를 두 개 먹고, 저녁에는 뷔페에 가서 배가 터지게 먹었어요.”

“우와! 좋겠다.”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말한다.

“누구 생일이었나요?” 내가 묻는다.

“아니요. 그냥 갔어요.”

“영진 님은 뭘 하며 보냈나요?” “...” 말이 없다.

“생각 안 나면 특별한 일 없었어요, 하고 말해도 돼요.”

영진이가 모기 소리로 “생각 안 나요” 한다. 이 친구가 앞으로 말을 잘하게 되기를.

호리호리하지만 강단 있는 대균이 차례다. “부모님이랑 집에서 영화 봤어요.”

“무슨 영화 봤어요?”

“스파이더맨이요.”

친구들이 묻는다. “그거 봐도 돼? 몇 세 관람이야?”

“몰라. 부모님이 보자고 했어.”

“재미있었나요?” 내가 묻는다.

“네. 무서운데 재미있었어요.” 아이들 박수.

“선빈 님은 뭘 하셨나요?”

“저는 감기 걸려서 병원에 갔다 왔어요.”

“지금은 괜찮은가요?”

“네. 약 먹어서 다 나았어요.”

“다행이에요.” 아이들의 박수. 교사가 먼저 손뼉 치면 아이들도 따라 친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점점 버라이어티 해질 것을 기대해 본다.

“선생님은 뭘 했는지 안 물어요?”

“선생님은 뭐 하셨어요?”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은 친구들과 만나 연주 연습을 했어요.”

“선생님 무슨 악기 하세요?”

“바이올린을 연주해요.”

“우와! 보여주시면 안 돼요?”

“당연히 되지요. 다음에 악기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

나의 일상도 오픈한다. 아이들은 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가장 많이 묻는 말은 “선생님 몇 살이에요?”와 “결혼하셨어요?”



<듣기 말하기 훈련, 우정이 깊어지는 선물, 주말 이야기>


월요일 1교시를 국어나 자율 시간으로 넣고 아이들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집니다. 처음에는 “생각 안 나요”나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하고 이야기하거나 짧게 말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이야기는 길어지고 기발해집니다. 아이들의 발표력 향상을 위해, 그리고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듣기 훈련으로 좋기도 하지만 친구의 가족 이야기나 고민, 그리고 생각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어 학기말이 되면 학급이 정으로 끈끈해집니다. 국어 진도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 자체가 국어 수업이라고 생각하며 언젠가부터 매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점점 좋아하게 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수업을 빼먹는 느낌도 있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표력이 성장하고 이야기꾼이 되어 갑니다. 주말 동안 있었던 일을 보다 재미있게 말해주려고 미리 생각해 오기도 하고,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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